결승 5시간=1시간 동일상금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를 물리치고 우승한 후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조코비치는 이날 4시간 55분의 대접전 끝에 페더러를 3-2(7-6<7-5> 1-6 7-6<7-4> 4-6 13-12<7-3>)로 꺾고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사진=런던 AP, 연합뉴스 [쇼미 더 스포츠-175] 테니스 메이저 대회 중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2019 윔블던이 막을 내렸다. 대회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남녀단식의 우승자는 노바크 조코비치와 시모나 할레프가 차지했다. 조코비치는 이번 우승으로 윔블던 통산 5회이자, 메이저 대회 통산 16회 우승이라는 빛나는 성과를 이뤘고, 할레프는 윔블던에서 첫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남자프로테니스는 2004년 로저 페더러가 3개 메이저대회에 우승하고, 이듬해 나달, 그리고 몇 년 뒤 조코비치가 등장한 후로는 이들 3명이 10년 이상 지배해 왔다. 머레이와 바브링카 또한 각각 3번의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해 이들의 뒤를 잇고 있지만, 빅3가 차지한 메이저 타이틀 수는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조코비치와 나달 그리고 페더러는 모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레전드의 반열에 올랐다. 남자테니스 역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이들은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 통산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빅3의 활약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2017년 호주오픈 이후, 이번 윔블던까지 이들 3명 외에 4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이에 비해 여자프로테니스계는 지난 수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00년부터 2017년까지는 윌리엄스 자매의 시대였다. 20여 년 전 혜성같이 등장한 윌리엄스 자매는 여자 테니스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남자 선수들에 버금가는 피지컬과 파워 그리고 흑인 특유의 유연성과 운동능력은 이전 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테니스를 보여주었다. 이들 자매는 무려 30개의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는데, 특히 세레나의 활약은 눈부셨다. 1999년 메이저대회 결승(US오픈)에 처음 올라 우승했던 세레나는 정확히 20년이 지난 2019년에도 메이저대회 결승전(윔블던) 무대에서 여전히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세레나의 마지막 그랜드슬램 우승은 2년6개월 전인 2017년 1월 호주오픈이었다. 출산 등으로 공백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예전의 세레나가 보여주던 경기력에는 다소 못 미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사이 새로운 선수들이 그랜드슬램 메인 무대에 많이 등장했다.

안젤리크 케르버(독일), 가르비녜 무구루사(스페인), 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 오사카 나오미(일본),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 슬론 스티븐스(미국), 애슐리 바티(호주), 2017년 이후 국적만큼이나 다양한 선수들이 지난 3년간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 중에서 2회 이상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단 2명에 불과하고, 11개 대회에서 9명의 선수가 타이틀을 나눠 가졌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같은 기간에 모두 30대를 넘은 단 3명의 레전드들이 11개 타이틀을 차지했던 남자테니스와는 무척 대조적이다. 레전드 빅3가 지배하는 남자테니스, 춘추전국시대라 할 수 있는 여자테니스, 이는 무엇이 더 바람직하다거나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각각의 트렌드가 다 장단점이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이번 윔블던의 남녀단식의 결승전이 이러한 남녀 프로테니스의 지형만큼이나 서로 대조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조코비치와 페더러는 무려 4시간57분 동안의 사투를 벌였다. 역대 윔블던 결승 최장시간이었으며,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손꼽을 만한 경기였다. 결승전은 조코비치와 페더러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만큼이나 깊은 울림이 있었고 225파운드(약 33만원)라는 고가의 티켓 가격이 아깝지 않은 경기였다.

시모나 할레프(7위·루마니아)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리나 윌리엄스(10위·미국)를 2-0(6-2 6-2)으로 물리치고 우승한 후 트로피를 높이 들고 있다. /사진=런던 AP, 연합뉴스

반면, 전날 있었던 결승전은 조금 싱거웠다.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우승자가 가려졌다. 1, 2세트 모두 6-2로 할레프가 세리나에게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할레프가 1회전부터 결승까지 승리한 7경기 중 가장 짧은 시간에 승리한 경기였고, 가장 적은 게임을 내준 경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날의 경기는 결승전이라는 무게감과 팬들의 기대와는 조금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날의 티켓 가격은 185파운드(약 27만원) 였다.

남녀프로테니스의 상금은 똑같다. 이번 윔블던 우승자인 조코비치와 할레프는 모두 한화로 약 35억원의 우승상금을 받는다. 상금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프로테니스는 남녀 평등이 확실하게 구현된 스포츠 종목이다.

하지만, 윔블던 단식은 남자는 5세트, 여자는 3세트 경기로 진행된다. 신체능력을 감안하더라도 남자들의 체력 소모가 확실히 클 수밖에 없다. 결승전만 예를 들더라도 조코비치는 할레프에 비해 4시간을 더 뛰었다. 물론 경기제도는 남녀 간의 신체적 차이를 반영한 것이고, 이를 인위로 똑같이 맞출 필요는 당연히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녀 간 테니스의 경기력과 저변 및 인기를 감안하면, 아무래도 남자테니스가 조금 더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이를 인정하듯이 주최 측에서 책정한 남녀 결승전의 티켓 가격 또한 다르다.

이 때문에 이러한 제도 그리고 인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메이저대회 우승 상금은 불평등해 보인다. 물론 이는 예민한 문제이다. 남자 선수들 사이에서도 반대만큼이나 찬성의 의견 또한 어느 정도 있는 게 사실이다(정확히 말하면, 공론화하기에 많은 부담이 있고 상당한 비난을 감수해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비즈니스이다. 자본주의하에서의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경쟁과 자율을 따라야 한다. 같은 기능을 하는 상품이라도 명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당연한 이치이다. 그만큼의 값어치를 할 거라는 기대와 더불어 소비했을 때 그만큼의 만족감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에 백프로 완벽한 제도는 없다. 하지만, 전통과 관습 그리고 제도로 시장의 자율을 막아서는 안 된다. 보다 많은 이들이 찾고, 더 재미있어 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발생돼야 한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당장은 다소 불평등해 보이고, 불편할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전체의 발전을 도모할 동인(動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