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오전, 짐을 챙기러 과천 사무실에 잠시 들렀습니다.
8층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리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검찰담당관실과의 인연을 하나둘 떠올렸지요.
2010년 10월 안태근 전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의 상갓집 성추행건으로
법무부 감찰담당관실과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감찰담당관실 모 선배로부터
“가해자도 알고, 성추행 내용도 아는데, 피해자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피해자를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피해자를 찾아내는 데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고,
피해자를 찾아낸 후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검찰국장에게 불려가 산산이 부서졌지요.
2010년 12월 검찰국장에게 찍혔다고 벌벌 떨고 있던 못난 제가 눈앞을 스쳐 지나가더군요.
검찰국장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감찰담당관실이었지만,
무언가 해보려는 의욕은 있어 보였기에,
2011년 “검사장 출신 전관 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뺑소니 사건에서 ‘뺑소니’를 빼고 교통사고로 의율 변경하여 벌금 약식 기소해버린 모 지청장과 부장의 비위”를 감찰담당관실 선배에게 제보한 것을 비롯하여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국민신문고와 국민권익위를 통해 감찰담당관실을 계속 두드리다가,
2021년 7월 감찰담당관으로 부임하였습니다.
검찰에 대한 1차 감찰권은 대검에 있고,
정권 말 친여 성향 검사로 매도된 상황에서
검찰과 관련하여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교정본부, 출입국본부, 범죄예방정책국 등 들여다보아야 할 부서가 많아 해야 할 일이 많았지요.
성실하고 유능한 동료들 덕에 근근이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인사로 마무리 짓지 못한 사건들로 인해
찜찜한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만,
저로 인해 동료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에서
서둘러 나오는 것이 차라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여
홀가분하게 과천을 떠나려 합니다.
2.
작년 12월, 대구고검에 출장 나갔다가
국립신암선열공원을 찾았습니다.
국내 최대 독립유공자 전용 국립묘지로
52분의 애국선열들이 잠들어 계신
뜻깊은 곳입니다.
널리 알려진 독립운동가분들이 잠든 곳은 아니지만,
조명을 덜 받았을 뿐
고귀한 헌신과 희생은
널리 알려진 분들에 비해
절대 부족하지 않지요.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난 발원지로
이육사 선생님 등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가 곳곳에 선연하여
가보아야 할 곳이 많습니다.
대구에 갈 때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핑계로
도심지만 주로 돌았는데,
작년 12월 기어이 공원에 들러 인사를 드렸습니다.
찾아오는 분들이 많지 않은 듯
공원을 관리하시는 분이 유가족이냐고 굳이 물어보더군요.
잠들어계신 분들에게 죄송했습니다.
주말 내내 이삿짐 싸느라 바빴습니다.
작년 국립신암선열공원 단충사 앞에서의 한 다짐을 떠올리며
기쁘게 대구살이를 준비합니다.
길모퉁이를 다시 돌아
새로이 시작합니다.
앞으로도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잘 감당하도록
기도 계속 부탁드립니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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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