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뒷면 속살 벗겨졌다… 세 개의 다른 층으로 구성

[활발한 달 내부 탐사]

달 뒷면 지하 40m까지 분석, 소행성 충돌로 내부 물질 분출돼
다공성 알갱이·암석·미세 입자 크기별 층 형성된 것으로 추정
맨틀 성분은 지구와 유사… 달의 자기장·지진 원인도 규명


1년 전 달의 뒷면에 착륙했던 중국의 탐사 로봇 위투(玉兎) 2호가 달 내부를 탐사한 결과를 지구에 보내왔다. 중국과학원과 이탈리아 로마제3대학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이를 분석해 달의 땅속이 여러 층으로 구성됐다는 사실을 확인해 지난달 2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달의 속살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중국 탐사선 창어(嫦娥) 4호에 실려간 위투 2호는 달 아래 지층 구조뿐 아니라 달 지각 아래 맨틀의 성분을 분석할 데이터도 보내왔다. 과거 지구처럼 달에도 자기장이 있었다가 어느 시점에 사라졌으며, 달에서 발생하는 연구 결과들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정민섭 박사는 "달 내부 구조는 달이 어떻게 생성됐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증거"라며 "최근 우주 선진국들의 달 탐사가 활발해지면서 달 내부에 대한 연구도 함께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소행성 충돌로 달의 맨틀 분출

달은 매일 저녁 하늘에 떠 익숙하지만, 지금까지 달 내부에 대해 알려진 과학적 사실은 많지 않다. 달은 다른 행성의 위성에 비해 큰 편인데 그 이유도 모른다. 또 달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달의 앞면과 뒷면은 왜 다른지 등도 풀리지 않은 숙제다. 달의 내부 구조와 성분을 확인해 이러한 의문점들을 해결하면 달의 역사뿐 아니라 오래전 지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이 달 내부 연구에 뛰어드는 이유다.

/그래픽=김하경

달의 내부를 보기 위해 위투 2호는 남극에 있는 폰 카르만 분화구 쪽을 조사했다. 106m를 이동하면서 땅 아래 40m를 레이더로 촬영했다. 앞서 창어 3호가 2013년 달 앞면의 지하를 측정했을 때보다 약 3배 더 깊은 곳까지 탐사했다. 그 결과 달의 내부가 구성이 다른 세 개의 층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표면 12m 아래까지는 비교적 균일한 크기의 구멍이 많은 다공성 알갱이로 구성됐다. 12~24m 구간에서는 지름 0.2~1m의 큰 암석들이 있었고 그 아래 40m까지는 미세한 알갱이나 거친 입자가 모여 있었다. 연구진은 암석이나 소행성들이 달에 부딪히면서 지표면 아래의 물질들이 바깥으로 분출돼 쌓여 여러 층을 형성했다고 추정했다.

달의 맨틀 성분이 지구의 맨틀과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구에서 맨틀은 지각 바로 아래에 있으면서 외핵을 둘러싸고 있는 두꺼운 암석층이다. 중국과학원은 위투 2호가 탐사한 결과를 분석해 지난해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달 뒷면 남극 에이트켄 분지에서 '가시광선 및 근적외선 분광계(VNIS)'로 달 표면 성분을 분석한 결과, 감람석과 휘석이 표면 곳곳에서 발견됐다. 휘석과 감람석은 지구 맨틀 마그마에서도 나오는 광물이다. 연구진은 소행성이 달에 충돌하면서 지각 아래 맨틀 성분이 지표면 밖으로 분출됐다고 추정했다. 패트릭 피넷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은 "달의 내부 진화 과정과 달 마그마의 특성 연구에 도움이 될 연구"라고 밝혔다.

◇ 자기장 소멸과 지진 발생 원인도 규명

달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현재 달은 지구와 달리 자기장이 거의 없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약 10억년 전 달의 다이너모(dynamo·발전기)가 멈추면서 자기장도 사라졌다"고 지난 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다이너모 이론은 발전기에서처럼 철(鐵)이 포함된 핵이 회전하면서 전류가 생기고 자기장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연구진은 아폴로 탐사를 통해 달에서 가져온 월석을 분석했다. 약 40억년 전 월석은 자기장 세기가 100마이크로테슬라(μT)로 지구의 자기장 세기(50μT)의 두 배였고 약 25억년 전 월석은 10μT 미만이었다. 10억년 전 월석은 자기장이 0.1μT였다. 연구진은 이때 달의 다이너모가 멈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달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과정도 밝혀졌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 항공우주박물관 토머스 워터스 박사와 NASA 연구진은 최근 달 정찰위성이 촬영한 사진들과 함께 아폴로 임무를 통해 1969~1977년 달에 설치한 지진계로 얻은 자료들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달 내부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수축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달 표면이 건포도처럼 주름진다고 설명했다. 즉 단층이 생기면서 달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지진 28건 중 8건이 단층 반경 30㎞ 안에서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워터스 박사는 지난해 5월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달에서도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최초의 증거"라고 밝혔다.

[유지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