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막에 떨어진 운석 '히파티아' 알고 보니 초신성 폭발 잔해

초신성 폭발 직접 흔적 사상 첫 발견

이집트 사막에서 1996 년 발견된 운석 조각 '히파티아'가 초신성 폭발의 흔적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로마노 세라 제공

이집트 사막에서 발견된 운석 조각 ‘히파티아’가 초신성 폭발로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소 조성을 토대로 분석하면 태양계 내 어느 암석 성분과도 다른 대신 백색왜성이 폭발하는 Ia 형 초신성에서 만들어진 먼지 성분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얀 크라머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대 지질학과 교수 연구팀은 히파티아의 원소 조성을 분석한 결과 Ia 형 초신성으로 만들어지는 입자와 비교했을 때 원소 15 개 중 9개의 구성비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7 일 밝혔다. 

초신성으로 만들어진 후 태양계로 흘러들어온 뒤 지구에 떨어진 운석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초신성은 별이 폭발하며 일시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해 밝게 빛나는 현상이다. 

이중 Ia 형 초신성은 별이 연료를 다 태우고 쪼그라들어 만들어진 백색왜성이 중력으로 외부 천체 물질을 빨아들이다 태양 질량의 1.44 배인 찬드라세카르 한계를 넘으면 발생한다. 

Ia 형 초신성은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를 우주에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파티아 운석 모음을 동전과 비교했다. 조각들은 수 mm 크기다. 얀 크라머 교수 제공

히파티아는 1996 년 12 월 이집트 사막에서 발견된 조그마한 운석 모음이다. 

지구에 떨어지면서 대기에 불타고 이집트 리비아 사막에 부딪힌 충격으로 잘게 쪼개진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계에선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인화니켈 같은 광물 성분이 확인돼 기원을 놓고 논란이 있어 왔다. 

태양계 바깥을 둘러싼 혜성들 모음인 ‘오르트 구름’ 등에서 오는 물질과도 성분이 크게 달랐다.

양성자빔을 이용해 히파티아의 원소 조성을 분석한 결과 히파티아에서는 규소 함량이 태양계 내에서 형성된 광물과 비교했을 때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적었다. 

크롬과 망간의 양도 태양계 광물과 비교했을 때 적게 나타났다. 

반면 철과 황, 인, 구리, 바나듐의 양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양계뿐 아니라 우리 은하의 팔에 있는 성간 먼지 성분과도 전혀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히파티아의 기원으로 Ia 형 초신성을 지목했다. 

Ia 형 초신성은 만들어지는 방식 때문에 특이한 화학적 조성을 남긴다. 

초신성 폭발 동안 이뤄지는 핵융합이 특이한 원소 농도 패턴을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서 예상되는 조성과 히파티아 성분 중 철, 규소, 황, 칼슘, 티타늄, 바나듐, 크롬, 망간, 니켈 등 9개 성분 조성이 Ia 형에서 만들어지는 먼지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히파티아의 원소 조성(주황색)과 Ia 초신성 모델에서 나오는 성분의 조성을 비교했다. 초록색 선은 조성이 일치하는 물질들을 보여준다. 얀 크라머 제공

무거운 별이 폭발하는 II 형 초신성과 비교하면 규소와 칼슘에 비해 철이 너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색거성과 비교했을 때는 철이 너무 많고 규소는 너무 적으며 철보다 무거원 원소 농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5 개 원소 중 알루미늄, 인, 염소, 칼륨, 구리, 아연 등 6개 원소 비율은 1a 형 초신성 이론 모델의 예측 범위보다 

10~100 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크라머 교수는 “백색 왜성이 죽어가는 적색거성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6개 원소 비율은 적색거성에서 물려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라머 교수는 “가설이 맞다면 히파티아는 Ia 형 초신성 폭발에 대한 지구상 첫 번째 증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주 공간에서 온 개별적인 먼지가 완전히 혼합되지 않은 채 태양계에 통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우리 태양계를 구성하는 먼지가 완전히 섞였다는 기존 견해와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28 일 행성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이카루스’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