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고속열차 터널 출구 '소닉붐' 84% 줄이는 기술 개발

국내 연구진, 고속열차 터널 출구 '소닉붐' 84% 줄이는 기술 개발
이정호 기자 [email protected]

국내 연구진이 고속열차가 터널을 통과할 때 생기는 폭발음을 크게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터널에 들어온 고속열차가 공기를 압축할 때 생기는 폭발음을 최대 84% 억제하는 ‘터널 폭발음 저감 후드’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고속열차가 터널에 진입하면 터널 내부의 압력이 바뀌면서 파동이 발생한다. 이때 생기는 파동 일부가 터널 출구에서 폭발음을 만든다. 폭발음 수준은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생기는 ‘소닉붐’과 비슷하기 때문에 터널 출구 주변의 민가와 축사에 큰 피해를 준다. 터널의 단면적을 넓히면 소음을 줄일 수 있지만, 건설 비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선 터널 입구에 별도 구조물을 덧붙이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천막을 치기 위한 철제 뼈대처럼 생긴 소음 저감용 후드를 설치하는 것인데, 이렇게 해도 소음 저감 효과는 50%에 그친다. 일본 고속열차인 신칸센의 경우 소음 저감용 후드에 더해 열차 전면부를 오리 주둥이처럼 길게 늘리는 설계까지 반영했는데도 전체 소음 저감 효과는 65% 수준이다. 특히 열차 전면부를 인위적으로 늘리면서 공기저항이 증가했고, 이 때문에 동력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철도연구원은 소음 저감용 후드의 형태를 개선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전체 길이 27m짜리 후드를 터널 입구에 설치한 것인데, 설계의 바탕이 된 건 상어다. 상어는 빠르게 헤엄 칠 때 입으로 들어오는 바닷물의 압력을 줄이려고 양쪽으로 아가미를 벌리는데, 후드 일부에 이 모습을 모사했다. 연구진은 터널 폭발음을 세계 최고 수준인 84%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해당 기술을 미국과 일본, 독일, 중국 등 4개국에서 국제특허 등록을 했고 내년 완공되는 시속 250㎞급의 중부내륙철도와 춘천-속초 고속화철도 설계 등에 기술이전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김동현 철도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짓는 고속열차용 터널들은 기존 터널보다 단면적이 작기 때문에 소음 저감 기술이 없다면 터널 진입 전 속도를 줄여야 폭발음을 줄일 수 있다”며 “감속과 가속을 반복해 동력비용이 늘어나고 전체 운행 시간이 증가할 수도 있었던 문제를 이번 기술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