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노화질환 연구용 `고령 실험쥐` 귀한 몸…일반 실험쥐 몸값의 20배

국내선 기초과학지원硏서만 공급
환갑 해당하는 생후 20개월까지
무균 가까운 `청정시스템`서 사육
치매·노화성 골감소증 연구 도와

환갑이 넘은 고령쥐도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 노화 질환을 연구하기 위해선 고령쥐에 대한 실험이 필수적이다. 할아버지·할머니가 된 쥐도 노화에 대한 데이터를 남기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에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지원연)이 실험쥐가 고령쥐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지원연은 지난 1월 광주광역시에 노화연구시설을 개관했다. 기존 고령동물생육시설에선 매년 2300마리의 고령쥐를 키울 수 있었지만 이번 확장으로 한 해 사육할 수 있는 고령쥐 수를 약 1만마리로 확 늘렸다. 지원연은 현재 국내 연구자가 쓰는 대부분의 고령쥐를 키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령쥐는 생후 12~20개월 시설에서 자란 뒤 분양된다. 사람 나이로 따지면 12개월령 쥐는 약 40대 초반, 20개월령 쥐는 환갑이 넘은 나이다.

고령쥐는 노화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생체모형이다. 노화와 질병 기전을 발견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령쥐는 쉽게 죽거나 병들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를 통해 사육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령쥐는 무균에 가깝고 개별환기청정사육(IVC) 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되는 공간에서 생활한다. 쥐는 소변 암모니아 가스에도 쉽게 중독되는 만큼 IVC 시스템은 필수다. IVC 시스템이 설치된 케이지 60개 가격은 1억원에 달하고 유지비용도 매년 1억원이 소요된다. 반면 일반 실험쥐는 3개월령 이하 저령동물로 청정공간이 아닌 곳에서도 사육이 가능하다. 일반 쥐에 비해 고령쥐는 더 비싼 시설에서 더 오래 사육해야만 하는 셈이다. 성장 중 죽어버리거나 병들어 분양이 불가능해 도태되는 비율도 20%에 달한다.

월령에 따라 다르지만 지원연은 약 20만원에서 38만원에 고령쥐를 분양하고 있다. 지원연이 고령쥐를 위한 시설을 만들기 전엔 연구자들이 한 마리에 수백만 원을 들여 해외에서 수입해야 했다. 지원연이 고령쥐 공급을 늘려 노화에 대한 국내 연구도 보다 활발해졌다. 고령쥐는 귀하게 키워진 만큼 귀중한 연구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뇌 속 노폐물 배출 경로에 대한 연구가 있다. 뇌 속 노폐물은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KAIST 연구팀은 뇌 속 노폐물이 밖으로 배출되는 주요 경로가 뇌 하부에 위치한 '뇌막(뇌척수막) 림프관'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지원연에서 공급한 8~10개월령, 24~27개월령 등 다양한 나이의 고령쥐를 공급받아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쥐의 뇌척수액에 형광물질을 주입한 뒤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뇌척수액이 배출되는 경로를 추적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노화제어전문연구단이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에이징유에스(Aging US)'에 발표한 고령동물에서의 골질환 치료 및 예방에 대한 연구도 있다. 생명연 연구팀은 고령쥐를 활용해 노화성 골감소증을 억제할 수 있는 단백질인 'CDH13'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젊은 쥐(3개월령)와 고령쥐(약 23개월령)의 혈장 단백체 분석을 통해 쥐가 노화하면 CDH13 단백질이 감소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CDH13 단백질을 약 15개월령 쥐에게 4개월간 투여한 결과 노화성 골감소증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고령쥐 전문가인 박재일 지원연 선임연구원은 "세계적으로 노인성 질환에 따른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자연노화 동물모델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점점 늘어 고령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연구를 위해 희생된 실험쥐를 위해 추모하고 실험동물의 고통과 개체 수 감소 최소화를 위한 윤리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종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