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스포]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최곱니다(장문리뷰)

원래 타란티노 영화라고 하면 굉장히 좋아해서 개봉 이틀차에 시간내서 바로 보러 갔습니다 

제가 사전에 알고 있던 정보는 맨슨 패밀리와 폴란스키가 살인 사건 딱 이 정도였습니다

평소 60년대~70년대 미국 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도 못하구요

다만 60년대 후반~ 70년대 초반이 히피정신이 몰락하고 살인자 집단, 말썽꾸러기 집단 정도로 치부되던 시기인 건 알았습니다

이 정도 사전정보로도 영화는 충분히, 아니 너무나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영화는 60년대 후반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배경으로 서부극으로 인기를 끌다 잘못된 선택으로 한물 간 배우인

'릭 달튼'과 그의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의 이야기로 진행이 됩니다(편의상 이하 배우이름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디카프리오와 빵형의 옆집으로 이사온 '샤론 테이트'를 보여주죠 

로만 폴란스키는 초반에 나오는 듯 하다 중반 부터는 존재감 자체가 사라지고 '샤론 테이트'만 영화 중간 중간 계속해서 비춰줍니다 

사실 이 지점에서 미국 문화에 관심이 없고 사전정보가 없으신 분들이 뜬금없게 느껴지셨을 겁니다

그 시절 이야기 하는 건 알겠는데 샤론 테이트는 왜 계속 보여주지? 뭐지? 

하지만 사전정보가 있다는 가정 하에 중간 중간 꾸준히 사랑스러운 모습을 어필하는 샤론 테이트는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죠

폴란스키가 살인사건을 아는 사람이라면 저 사랑스럽고 착한 여배우가 끔찍하게 살해 된다는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상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샤론의 사랑스럽고 발랄한 모습을 보면서 극이 진행될수록 불안감이 커지죠 

한편 퇴물 배우를 연기하는 디카프리오의 연기... 정말 끝내줍니다 

할리우드의 황금기에 점점 퇴물이 되어 점점 비참해지는 배우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한 편으론 짠하게 잘 표현하죠 

애늙은이 같이 구는 어린 소녀와의 투샷 장면은 정말 웃음짓게 하면서 또 씁쓸한 감정을 갖게 만드는 영화의 백미였습니다 

디카프리오의 스턴트맨인 빵형은 뒤가 구린 소문이 따라다니고 촬영장에서 주연배우 이소룡을 두들겨 패는 바람에 쫓겨난 뒤로 

일을 못하고 있죠 

이 장면에서 빵형이 이소룡을 두들겨 팬다고 인종차별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던데 

저는 딱히 인종차별로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허세 넘치는 이소룡을 쿨가이 빵형이 혼쭐을 내줬는데 정작 스턴트 주제에 주연배우를 두들겨 팼다고 쫓겨나게 되는, 

안 그래도 별 것 없는 빵형의 처지를 더 애처롭게 만드는 장치로 느껴졌어요 

그 와중에 히치 하이킹을 하는 히피와 엮여 '맨슨 패밀리'가 점거한 농장을 찾아가게 되죠 

빵형은 그 농장이 예전 디카프리오와 잘 나가던 드라마를 찍던 세트장이라는 걸 알게 되고 

전에 친하게 지내던 농장주가 혹시 히피들에게 이용당하는 건 아닌가 의심하며 농장주를 만나야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이 장면에서 묘한 긴장감 끝내줍니다 

여기서 유발되는 긴장감도 히피 문화에 대한 사전정보가 조금만 있어도 굉장히 잘 와닿았을 것 같은데 

이 시기 히피문화와 정신은 몰락하고 있었던 데다가 

영화상에 등장한 히피들은 '맨슨 패밀리'였습니다

미국 역사에 굵직한 살인 사건들을 일으켰던 자들이죠 

이 역시도 사전 정보가 없었던 사람들이라면 그냥 맨발로 뛰어 댕기는 이상한 양아치 집단이네 싶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더군요 

이 맨슨 패밀리는 자신들의 아지트에 큰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한 빵형에게 즉각적으로 위협을 가합니다만

늙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피지컬 끝내주는 빵형이 참교육을 시키고 유유히 떠납니다 

디카프리오와 빵형은 당시 이탈리아에서 만든 짭퉁 서부극인 '스파게티 웨스턴'을 찍으러 이탈리아에 갔다가 

돌아오는데 디카프리오가 아내를 얻으면서 빵형에게 더 이상 같이 일 하기 힘들다고 말하게 되죠

스턴트맨으로 동업을 하긴 했지만 사실 자잘한 심부름과 운전기사 노릇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서로 이별하게 된 두 남자는 술을 진탕 퍼마시고 같은 시각 히피들이 폴란스키의 집을 습격하기 위해 

동네로 찾아옵니다 

여기서도 타란티노 식으로 참 골 때리게 만드는데요

폴란스키 집 근처로 차를 가져오는데 그게 하필 디카프리오의 집이었고 

차소리에 빡쳐서 튀어나온 디카프리오에게 욕을 시원하게 얻어먹고 쫓겨납니다 

그런데 히피 중 남자 한 놈이 디카프리오가 예전에 유명한 서부극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기억하게 되고

한 년은 지네들이 TV에서 살인 하는 걸 보며 자라서 살인자가 됐으니 저들을 죽이자며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지껄이고

다 같이 거기에 동의해서 디카프리오의 집에 들이닥칩니다 

그런데 집에 술에 쩔은데다 약까지 해서 반쯤 맛이간 디카프리오가 버티고 있었고 

여기서 타란티노의 유쾌한 비틀기가 작동합니다

본래 실제로는 폴란스키의 집으로 찾아가 그 안의 사람들을 끔찍하게 살해했어야 할 망나니들이

술과 약에 쩔은 디카프리오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고 오히려 끔찍하게 살해당하죠 

그 중에 한 히피 여자는 개한테 물려서 도망다니다 디카프리오가 있던 풀장으로 튀어나오고 디카프리오는 그 여자를 화염방사기로 구워버립니다

여기서 정말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그리고 디카프리오는 무슨 소란인가 싶어 내려온 사람에게 초대되어 폴란스키의 집으로 가고

샤론 테이트와 인사를 하며 집안으로 들어가고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전체적으로 극의 진행이 타란티노의 전작들과는 호흡부터 좀 다른편이고 

많은 부분이 60년대 후반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보여주다 보니 사실 그 시절을 잘 모르는 저도

정말 유명한 배우 이름이나, 그린 호넷 같은 유명 작품들 제외하면

못 알아먹은 부분이 많은 것 같더군요 

이러니 미국 문화에 딱히 관심 없으신 분들에겐 오히려 타란티노 스타일을 기대했다가 이게 뭔가 싶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반부 액션과 비틀기는 역시 타란티노다 싶었는데 

거기 까지 빌드업 하는 과정은 정말 할리우드 황금기에 대한 예찬과 추모의 감정이 주를 이루어서, 거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면 

되려 지루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디카프리오와 빵형의 연기를 보는 것 정도?

그런 지점에서 과연 한국 대중들에게 먹힐까? 라고 생각한다면 그렇지는 않을 것 같네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정말 너무 즐겁게 보았던 영화였습니다 

헐리우드 고전이나 서부극 그리고 문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정말 즐겁게 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