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은 결말이 진짜 애매모호하네요;;

<버닝>이 미스터리에 형식적 기반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범인 찾기'류의 추리는 이 영화의 감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이 영화는 '의도적인 모호함'을 통해 스토리와 직접 관련 없는 다른 인간사를 고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어요. 특히 한국 사회의 청년 문제를 냉소적인 시각으로 은유합니다.
종수는 충분히 지적이고 이성적이며 건전한 사고를 지닌 인물입니다. 하지만 종수 주변에서 일어나는 종수를 힘들게 하는 일들은 하나같이 종수의 처지나 능력으로써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것들이예요. 심지어 종수는 해미의 집에 고양이가 진짜로 있는지의 여부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실을 밝혀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지요. 감독은 이처럼 타당하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는 노력의 반복과, 필연적인 무력함으로 귀결되고 마는 부조리한 주변 환경을 한국 청년들이 처한 현실에 빗대고 있습니다. 앞서 '의도적인 모호함'을 언급했었는데 한국의 청년이 마주한 상황이 바로 아무런 확신도 가질 수 없는 '모호함' 그 자체이기 때문에 영화 안의 종수의 주변 상황도 모호함으로 점철돼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미스터리이지만 추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 그 자체가 영화를 보는 이에게 던지는 최종적 질문의 근거가 되는 것이지요.
종수는 시종일관 참고, 고뇌하고, 노력하지만 결국 좌절합니다. 한껏 응축되기만 하던 종수의 감정이 일순간 '버닝'해 버리는 것이 영화의 마무리이죠. 종수는 물론 관객도 해미의 행방이나 벤의 정체에 대한 실증적인 근거가 없음을 압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수의 눈을 통해 원인이 어찌되었든 부조리가 실존하며, 종수의 분노 또한 두말할 것 없이 타당함을 이미 알고 있지요. 스스로 현대 한국의 청년임을 가정해 '이 세상이 무언가 잘못돼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충분히 좋은 감상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와..ㅊㅊ

댓글에 추천버튼이 없는게 아쉽군요

이동진 평론가의 라이브톡을 봤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결말에 대해서요.

버닝을 보는 내내.. 계속 그 '모호함' 때문인지 영화 '곡성'이 생각나더군요..

저는 버닝을 허위 기만 에 대한 영화로 보았습니다.
폐비닐하우스가 그 상징물인 것으로요..
종수의 살인행위 장면만 본 것이 아니라
영화를 처음부터 몰입되어본 관객이라면
적어도 종수를 분노조절장애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