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도그마는 '약자는 항상 옳다' 라는 테제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많이 보이는 사회적 현상이죠. 가령, 대표적인 예로 극단주의적인 페미니즘에서 여자는 약자니까 다른 상대들이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한국의 여성들은 무조건 보호되어야 하고 정부와 사회차원의 무조건적이고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라는 식이죠. 그런데 이 언더도그마는 항상 약자 입장에 서잇는 진보 진영에서는 참 애매한 주제 입니다. 자신들이 돕고 싶어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이 약자라는 이유에서 다른 집단의 불이익을 감소시키더라도 이익을 취하려는 이익집단의 노골적인 정치활동으로 보이니까요.
(*진보와 보수는 정치용어이기 전에 사회와 문화 관습에 대한 태도이기에 정치적 개념으로 해석하지 말아 주세요. 특히 이 글들은 자한당. 민주당 그런 정치글이 아닙니다.) 진보진영의 최고 가치는 '평등' 입니다. 보수주의 가치는 '자유(헤비급이던 플라이급이던 견제가 없는 자유로운 경쟁 )' 입니다. 즉, 진보진영의 평등의 가치는 사회적 약자 편에 서서 최종적으로 부와 이익을 고르게 분배하자는 겁니다. 그러니 하나의 약자 집단을 돕기 위해 다른 약자들이나 무고한 집단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감안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영화 기생충은 이런 언더도그마에 대한 역설 입니다. 즉, 언더도그마를 부르짓는 사람들의 이기심과 뻔뻔함 그리고 그들이 상승하지 못하고 쳇바퀴처럼 지하를 전전할 수 밖에 없는 한계 상황을 비릿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너희 집이 홍수에 똥물이 역류하는 상황을 격더라도... 그건 너희의 잘못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보다 더한 빈곤과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마저도 동정이 없는 이기심으로 가득한 빈곤층을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보통 세기말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상황에 있으니 어쩌면 그들을 비웃는 부자에 대한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있다라고 말했겠지만, 그런 말을 하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절대빈곤'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절대빈곤 층은 송강호가족이 죽인 그 지하실의 사람들이겠지요. 그들도 송강호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사업을 벌렸다가 바닥끝까지 밀려버린 사람들이죠. 영화에서는 어느정도 낙수효과를 배푸는 부유층에 대한 풍자보다는 ... 자신보다 더한 약자를 짓밟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빈곤층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담론은 얼마전에 한국의 뉴스에서도 나돌기도 했죠. 갑들은 자신들에게 대들고 공격하는 을들을 방어하기 위해, 을들의 전쟁을 유발시켜 그들끼리 싸우게 한다. 그런데 이 영화 기생충은 한 발짝 더 나아가... 굳이 갑들의 전략이 아니더라도, 그릇된 가치관으로 살고 있는 인간의 이기심이 을들끼리 죽이고 죽는 촌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점이 다른 영화들과 차이가 나는 변별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나의 불행한 원인을 누군가에게 떠 넘기기거나, 덮어 씌어서 혐오하고 비난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의 내부를 살펴보자는 주제가 설정돼었습니다. (그렇다고 본다면, 이 영화는 자유에 대한 설정은 저절로 삭제되어 버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회주의적인 영화라고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리얼리티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일본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허구적 리얼리티라는 그런 모습도 연상 되고, 루이스 부뉴엘이나 초기 로만 폴란스키의 풍자극 같이 레토릭으로 일관하는 상징이 강한 영화나 공상영화같기도 합니다. 또한 리얼리즘을 기반으로하는 로케이션(현장)촬영이 거의 부재하고, 반지하와 예술가가 설계한 부잣집이라는 세트 촬영이 대부분입니다. 즉, 한국 사회 전체를 리얼하게 보여주지 않고, 그 두 공간만을 가지고 한국의 시대성을 상징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론 이 영화를 '그냥 부자가 상상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마치 영화 괴물에서 상상한 괴물을 출연시켜 딸을 구하려는 한 가족의 모습을 재밌게 그렸듯이, 이 영화도 상상속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출연시켜 괴물의 가족을 그대로 빌려와서 비열하고 야비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괴물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 합니다.) 사실, 그 빈곤층의 모습이 별로 비참해 보이지 않습니다. 가난과 빈곤은 인간을 비참하게 하는데서 오는 참당한 심정과 현실 자체가 한계상황이 되어서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치다가 정신과 육체가 피폐해져버리는 불행의 모습을 가지게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송강호 가족은 그런 것이 없이 오히려 여유롭습니다. 양심이 없어서 여유롭게 사기를 계획한다기 보다는 왠지 가난 따위는 별로 우리가족에게 불행을 짊어지게 하고 있지 않아. 라는 식이죠. 왜 이렇게 표현되어있을까요?
왜냐면, 부잣집 아들로 자란 봉준호감독 스스로가 빈곤이 뭔지를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리얼리티가 없다고 할 지라도... 한국 사회의 모습을 나름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이미 변해 있습니다. 어느덧 우리 사회가 열심히 진보해 가고 있는(발전해가고 변해가고 있는) 중에... 진보를 자칭하는 이익집단들이 난무하는 시대가 되었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는 굳건했던 전통적 가치들이 무너지고 흩어지면서 더욱 다원화되어가고 있고, 그동안 약자였던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인정되어 가고 있는 중 입니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에서 뛰쳐나오는 모순들.... 이 모순들 중에 하나가 '언더도그마' 인지 모르겠습니다.
덧붙이자면, 자고로 우리 사회는 이데올로기가 지배했던 시대처럼... 자본주의니 사회주이니 하는 이데올로기를 데이타화 시켜서... 그 틀에 맞춰서 사건과 사고를 해석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또한 이 시대의 한국사회는 완벽한 자유민주주의도 아니고, 완벽한 자본주의도 아니고, 사회주의 사회도 아니며, 오히려 이 모든 이데로로기나 사상들 중에... 이성적으로 옳다고, 받아들여도 괜찮다고, 유용하고 효율적이다고 사유되는 가치들이 한데 어지럽게 뒤엉킨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만큼 이데올로기적 틀에 맞춰 사안을 해석하고 응시하기 보다는... 시대가 용납하고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시대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이 영화가 그런 영화가 아닐까요?
(기타)
한강라면 처음먹는 일본인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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