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호텔 (Hotel by the River, 2018)

별  ★★★

 홍상수의, 영화도 포스터도 배경도 분위기도 흑백 일색인 영화입니다.  홍상수의 영화를 많이 접하진 않았습니다. 최근의 작품들을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그 후>

<풀잎들>

<북촌방향>

<클레어의 카메라>

 정도를 보았고 7편째네요. 간만에 다시 홍상수의 영화를 보니깐, 작품의 재미를 떠나서 아마 한국에서 가장 특별한 감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영화들을 보다보면 하나하나의 대사와 캐릭터에 자의식을 투영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세간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회의와 반성. 물을 주어야 하는 말라가는 나무에도, 파릇파릇 부르짖는 풀잎들에도 홍상수의 시선이 강하게 깃들어있습니다. 요즈음 만들어지는 영화들에는 특히 홍상수가 침잠하는 자의식이 더욱 강해지는것처럼 느껴집니다.

 <풀잎들>에선 적막함을 누르며 주접을 떠는 홍상수의 장난이 그대로 돋보였습니다. 홍상수 영화의 백미는 취중에 진행되는 씬이라고 생각했고, 술기운에 뱉어내는 주접들이 배꼽을 잡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강변호텔>에선 그다지 웃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맨정신에 대사를 읊는 캐릭터들이 술에 취한듯 했고, 부자가 취중에 나누는 대화는 사뭇 진지하고 쓸쓸했습니다.

 기주봉씨는 마지막에 김민희와 송선미 앞에서 관객의 기대를 져버리지않았죠. 그리고 그동안의 영화들관 다르게 홍상수는 뜻밖의 결말을 택했습니다. 그의 영화가 변화를 맞는것인지, 아니면 정말 허무주의의 사치에 빠져 허우적대는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영화를 무기로 스스로를 찌르고 있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의 차기작이 정말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