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의 날 - 헬조선의 시작 feat : 아저씨 코골이
어제 국가부도의 날을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하고싶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결국 중구난방으로 끝나버리더군요.
좋은 소재였는데 아쉬웠습니다.
영화는 1997년 국가부도 위기에 놓였던 대한민국을 보여줍니다. 영화 초반에 위기가 가까워 오는 동안, 각 인물들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급박했던 상황을 잘 전달하죠.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거기다 imf 라는, 우리는 잘 몰랐던 당시 상황에 대해 세부적으로 묘사 하면서 우리 사회가 왜 이지경이 되었나.. 를 짚어봅니다. 말하고 싶은 지점이 확실하죠. 다만 곁다리로 끼어있는 이야기들이 융화가 안됩니다. 그게 아쉬웠어요.
영화는 그 결정적인 상황에서 각계 인물들,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자 합니다. 그중에서 유아인은 위기를 기회삼아 한몫 챙기는 인물 인데 크게 공감이 안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통째로 편집해 버려도 상관없는 인물 같았어요.
우선 유아인의 캐릭터가 불안정 합니다. 투자 설명회를 하면서 당시 경제 시스템의 불안전성을 쉽게 설명하는 역할을 한 이후에...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해요. 사실 그 프레젠테이션도 그닥 설득력이 없었습니다.(그러니까 두명만 남음;;)
돈을 벌겠다는 욕망과 누군가의 파멸을 이용했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고뇌해야 하는데.. 그냥 똘아이처럼 보입니다. 돈 벌었다고 좋아 하다가, 유덕환 뺨을 첬다가, 또 혼자 밤거리에서 고뇌에 찼다가.. 뭐 하는 놈이지 싶더군요. 캐릭터가 가져야 할 이중적 태도와 고뇌가 그냥 감정 기복이 왔다갔다 하는 수준으로 정리되고 말았습니다. 비슷한 영화 빅쇼트를 보면, 스티브 카렐이 유아인과 비슷한 캐릭터죠. 그 영화에서 보여준 스티브 카렐의 고뇌와 결정이 훨씬더 인상깊었습니다.
오히려 유아인은 진짜 계속 지독하게 굴고, 유덕환이 '우리 이래도 괜찮아?'라고 죄책감을 갖는 모습으로 대립 됐다면 훨씬 설득력이 있었을 것 같아요.
허준호의 캐릭터는 좋더군요. 영화 막판에 보여준 그의 변화가 인상깊었습니다. 우리가 많이 보던 모습이었으니까요.
영화는 대략 3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 시킵니다. 그러다가 결말 부분에 그걸 하나로 엮긴 하는데, 결국 큰 흐름이 없으니 전체적으로 종잡을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김혜수 파트와 허준호 파트는 좋았지만 그 사이 유아인 파트가 설득력을 얻었다면 흐름이 잡혔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음. 볼만한 영화였어요. 무엇보다 영화가 주는 메세지가 컸습니다. 우리가 부르는 헬조선의 시작이 어디었는지 콕 집어 주는 부분이 좋았어요. 영화를 보면서 저는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GR발광을 해도 윗 사람들 눈에는 개 돼지로 밖에 안보이는 구나. 우리의 삶에 대한 결정권은 1도 없구나 하는 무력감 말이죠. 그런 절망감 때문인지 마지막 김혜수의 대사가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냥 아 망했구나 우린.. 그 생각만 계속 들었어요.
극장 안에서 어떤 아저씨는 코를 골고 주무시더군요. 웅성웅성 하는 사람들 소리에 누군가 깨운것 같았지만...
영화에서 처럼 세상 어찌 돌아가는 지 모르고, 우린 너무 속편하게 살았던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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