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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어머니께서 천국으로 이민가셨습니다. [댓글수 (219)]
글쓴이 : 말이화나   날짜 : 2021-10-07 (목) 15:36   조회 : 14235   공감수 : 176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의 치매 환자를 모시느라 힘겨웠던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면 어찌 버텨왔는지 저 조차도 믿기지 않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 주시고 도움도 주셔서 지금까지 잘 버텨왔습니다. 

아버지 실종 때 이토 여러분들이 관심 갖고 도와주신 것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감사합니다. 

3일 만에 파출소에서 찾았을 때 신고해주셨던 우이동 식당 사장님, 도움주신 경찰관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석 달인가요. 한동안 두 분이 같은 데이케어에 잘 다니셨습니다. 

원장님이 두 분을 최대한 멀리 배치해주셔서인지, 겉으로 보기에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그럭저럭 잘 지냈고 주말에는 교회에 모시고 갔다가 인근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게 해드리니 어찌어찌 잘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데이케어 원장님의 전화를 받고 어머니를 모시러 갔습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과 욕을 하고 가방을 던지며 싸워 더 이상 모시기가 힘들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50년간 쌓인 아버지로부터의 한이 홧병이 되어 분노가 표출되는 것 같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원장님과 상의하여 다른 데이케어로 보내드렸으나 2주 정도 다니시니 가시기를 거부하였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어머니를 모시고 지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분노 표출의 시간이 점차 많아지고, 자해 등도 있었으며, 제가 잠시 잠든 사이 쓰레기를 태운다고 베란다에서 종이를 태우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데이케어 다녀오시는 아버지를 어머니는 저녁때마다 괴롭히고 싸움을 걸었습니다. 

어머니는 치매보다 우울증이 더욱 심해져서 제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수차례의 진정서와 신청서로 두 분을 요양원에 모시고자 했으나, 치매 등급이 못미친다는 이유인지 계속해서 시설등급이 반려되었습니다. 

극단적인 생각도 하던 때였으나, 이토 여러분들의 위로도 많이 받고, 조금씩 다시 힘을 내었습니다.

마침내 어머니의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 증상에 관한 진정서로 어머니의 시설 등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요양원 입소 8일 만에 선생님을 발로 넘어뜨리고 원장님께 욕설을 하여 퇴소조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매일매일의 두 분 다툼에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사비로라도 아버지를 먼저 요양원에 모시기로 결정하고, 원장님과 상의를 하였습니다. 

요양원에서 신청서를 접수하니 2주 정도 후, 시설등급이 발급되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분리하니 그래도 좀 나아졌습니다. 

어머니는 방문요양선생님을 불러서 3시간 재가서비스를 받고, 아버지는 요양원에 모셨습니다.

어머니는 재가서비스를 받는 동안에도 선생님께 분노와 욕설을 표출하여 한 달을 쉬고 다른 선생님을 모시는 등 소동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왔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어린이날 아침, 어머니는 일어나자마자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며 호소하셨습니다. 

요양선생님과 저는 집에 오래 계시니 소화가 잘 되지 않고 급체를 한 것으로 생각하고, 여러 약과 맛사지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도 통증호소는 계속되었고, 결국 휠체어로 병원에 모시고 갔습니다.


병명은 요추압박골절로 척추뼈가 눌려 통증이 있는 것인데, 아무런 충격이 없어도 골다공증이 심하면 발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석달을 보조기를 차고 누워서 뼈를 굳히라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방과 거실을 오가는 생활에서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하니 적응을 못하셔서 힘들어 하셨지만, 증상의 호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팔을 묶기도 하고, 걸어서 욕실에 가는 것이 위험하여 기저귀 생활에 적응시켜야 했습니다. 

석 달이 지나고 어머니의 허리 통증은 진통제의 힘인지 많이 줄어들었으나, 다시 걷기는 힘든 상태가 되었습니다. 

5월부터 11월 초까지 전동침대를 대여하고, 요양선생님과 제가 번갈아 기저귀 케어를 하며 지내왔습니다만 점점 한계에 부딪침을 느꼈습니다. 다행히 시설등급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11월에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었습니다.


고심해서 고른 시골의 공기 좋은 요양원이었고, 어머니의 기운도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 처음과 다르게 비교적 잘 적응하셨지만, 가정통신문을 보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자해나 죽여달라는 등의 섬망증세를 보이셨다고 합니다. 

비대면이라서 자주 갈 수는 없었지만 조카들과 면회를 가면 반가워하며 좋아하셨고, 잘 지내시고 있는 듯 했습니다. 

마스크 쓴 얼굴이고 멀리 있어서인지 가족들을 알아보지는 못하셨습니다.


8월 20일 아침에 요양원 간호사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어머니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응급실에 가야될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열이 있었기에 코로나로 인해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고, 수소문 끝에 30여 킬로 떨어진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 대기자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희가 도착해보니 코로나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응급실에서는 입원수속을 밟으라고 했습니다. 

검사결과는 오후 6시에 나와서 그제서야 병실에 입원할 수 있었습니다.


정확한 병명은 급성폐렴이었습니다. 

전날까지도 말씀도 잘하고 이상 없었는데 하루아침에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흡인성 폐렴의 위험 때문에 식사는 할 수 없었고, 콧줄로 약과 유동식이 주입되었습니다. 

2주 동안 간호하면서 어머니와 대화는 불가능했습니다. 

말씀은 하셨지만 웅얼웅얼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담당교수님은 어머니 심장 능력이 정상의 반도 되지 않아 언제 위험한 상황에 이를지 모른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연명치료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하라고 하였습니다. 

심장 전문의와 상의한 담당교수님은 조영술이 필요하지만, 연세와 합병증의 우려로 수술은 하지 않고 항응고제와 항생제 치료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항응고제를 쓰다보니 가래 석션 등 출혈이 생기면 지혈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피가 멈추고 수혈과 항생제 치료로 어느 정도 회복되어 2주 만에 고압 산소마스크를 벗고 일반 산소마스크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사설 구급차로 집에서 가까운 요양병원으로 옮겨 어머니를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간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었지만, 요양병원에서 잘 적응하시면 어머니도 저도 조금 더 나은 상황으로 지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추석 연휴 전까지는 말씀도 잘 하시고 잘 지내셨다고 합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당직 간호사는 어머니의 혈압이 떨어져서 승압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연락을 주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도 있었던 일이기에 잘 넘기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날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머니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위독한 상황에도 비닐로 중무장을 하고서도 면회는 10분을 넘길 수 없었습니다. 

병원인데 당직의사가 없냐고 항생제 처방이 되지 않는거냐고 물었습니다. 

주치의가 없어서 처방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인근 종합병원으로 전원을 가라는 말만 되풀이되었는데, 8~9군데 응급실에 연락해본 결과 모두 격리실이 없어서 전원이 어렵다는 말만 되돌아왔습니다.

월요일 무작정 사설구급차를 불러 들어가라는데, 이전에도 코로나 때문에 응급실 앞에서 한참을 대기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송 중에 더 위험해지지 않겠냐며 가족들이 따져 물어서 겨우 기본 항생제만 추가 처방되었습니다.


연휴가 지나고 목요일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어머니 혈압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수간호사께 강한 항생제와 수혈을 부탁했지만, 그런 것이 소용없다는 식으로 일축했습니다. 

결국 토요일 어머니는 이민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콧줄을 넣을 때마다 힘들어하시던 모습, 다리가 아프다고 할 때 주물러드리면 편안해 하시던 모습 등을 생각하면 여기서 힘들게 주사바늘 꽂고 살아가는 것보다 편안하게 이민가시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어머니 우울증에 몇 년을 힘들어하고 공황까지 겪었던 저였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고통없는 그 곳에서 편안하게 계시다가 제가 갈 때 웃으며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제 기억을 남겨 후에 찾아보고 싶기도 하고, 제 경험이 도움되실 분이 있으실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이지만, 장례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들, 병원 문제 등 알려드릴 정보들도 제법 있기 때문에 차후 남겨 드리겠습니다. 

필요하신 분들께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한번 도움 주신 분들과 위로해주신 분들, 이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전체공감수176
  • 아모르미오르 2021-10-07 (목) 16:36
    추천 32 반대 1
    자식의 도리가 어디 까지 입니까?
    낳아 주고 길러준 은혜는 무엇으로 보답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글쓴님의 상황에 부딪친다면..
    전 자신이 없을것 같습니다.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내가 부모님으로 부터 받은 은혜는 내가 낳은 아이들에게 돌아 갈 것 입니다.
    부모의 사랑은  내리 사랑이며 계속해서 이어져 갈겁니다.

    어머님의 명복을 빌며.
    무례한 말입니다만,
    그동안 격었을 심신의 고통에서 벗어 나신것.
    축하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두근육 2021-10-07 (목) 16:04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아무쪼록 몸도 마음도 잘 추스르시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글쓴이 2021-10-23 (토) 14:13
    @bloodlust

    위로의 말씀 너무 감사드립니다.

    가신 분은 이미 돌이킬 수 없고, 남은 사람도 살아야겠지요.

    감정에 빠져 있으면, 현실의 삶도 영향을 받습니다.

    긍정적인 면을 보기 위해 노력하시고, 가능한 한 주위에 상황을 알리며 도움을 요청하세요.

    bloodlust님도 하루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추천 0 반대 0
  • 배불마왕 2021-10-10 (일) 23:06
    그간 고생하셨습니다.
    어머님께서 이제 고통도 우울증도 없으신 곳에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추천 1 반대 0
  • 글쓴이 2021-10-23 (토) 14:14
    @배불마왕

    위로의 말씀 너무 감사드립니다.

    배불마왕님도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추천 0 반대 0
  • 친절한햇님 2021-10-11 (월) 01:1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치매가 악마의 병이라 생각되는 건...
    가족에 대한 원망, 삶에 대한 후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글쓴이 님이 너무 고생 하셨다는 말 전해 드립니다.
    어머님꼐서 그곳에서 편안하시길 빕니다.
    추천 1 반대 0
  • 글쓴이 2021-10-23 (토) 14:15
    @친절한햇님

    위로의 말씀 너무 감사드립니다.

    친절한햇님님도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추천 0 반대 0
  • 세꼬시스 2021-10-11 (월) 16:2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추천 1 반대 0
  • 글쓴이 2021-10-23 (토) 14:15
    @세꼬시스

    위로의 말씀 너무 감사드립니다.

    세꼬시스님도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추천 0 반대 0
  • 식찐 2021-10-12 (화) 20:16
    저두 어머니가 치매초기 셔서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한대 ㅜㅜ
    글을 읽어보며 대단하신거 같아요
    고생 많으셨어요 잘추스리시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추천 1 반대 0
  • 글쓴이 2021-10-23 (토) 14:17
    @식찐

    위로의 말씀 너무 감사드립니다.

    초기에 발견하면 빠른 대처가 가능합니다.

    지자체의 치매센터를 방문하셔서 서비스 받으시고, 병원 진단 및 처방을 받으셔야 악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잘 대처하시길 바라며

    식찐님도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추천 0 반대 0
  • XBMC 2021-10-13 (수) 13:52
    자식된 도리 다 하셨습니다. 자책은 하시 마시고 잘 추스리시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추천 1 반대 0
  • 글쓴이 2021-10-23 (토) 14:17
    @XBMC

    위로의 말씀 너무 감사드립니다.

    XBMC님도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추천 0 반대 0
  • 고수진 2021-10-14 (목) 10:39
    힘내세요... ㅠ ㅠ
    누구도 피할 수 없기에....................언젠가 저도......................



    이런 글이 많죠

    부모님 이제 안 계시니 그 잔소리가 그리도 그리워진다고
    추천 1 반대 0
  • 글쓴이 2021-10-23 (토) 14:18
    @고수진

    위로의 말씀 너무 감사드립니다.

    미리 잘 준비하시고 대처하시길 바라며

    고수진님도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추천 1 반대 0
  • 피부과의사 2021-10-14 (목) 13:03
    효자의 덕은 돌아오리라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추천 1 반대 0
  • 글쓴이 2021-10-23 (토) 14:21
    @피부과의사

    저는 그다지 효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인간이라면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습니다.

    위로의 말씀 감사드리며,

    피부과의사님도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추천 0 반대 0
  • 백자 2021-10-14 (목) 13:19
    참.....정말 고생많으셨단 말밖엔.......무슨말로도 위로가 되실지.......................
    아마 지금 60대 이상의 여성분들......남편에 대해 쌓인 분노와 우울감이 많은분들이 많을겁니다.......................
    곱게 늙지못허구.....여전히 주책부리고.....지탄받는......나이만 처 무은 남자덜 많지요........
    5죽허면.....지옥엔 남자들이 훨씬 많을거란 말이 나올 정도이니.......
    추천 1 반대 0
  • 글쓴이 2021-10-23 (토) 14:26
    @백자

    위로의 말씀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버지가 식사 때 차다 뜨겁다 싱겁다 짜다 타박이 심하셔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셨습니다.

    몇년 전 경북 외가에 두 분 모시고 방문했을 때 시골에서도 남자들이 살림도와야 한다며 박서방 그러면 안된다고 하시는 말을 들으면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나간 세대 어머니들은 말 못할 고통 많이 받으셨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말년에 표출이 되신 것이고..

    어쨌건 이제는 천국에서 그땐 그랬지 하시며 웃으실겁니다.

    백자님도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추천 0 반대 0
  • 해누기 2021-10-15 (금) 08:22
    고생많으셨어요 ㅜㅜ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추천 1 반대 0
  • 글쓴이 2021-10-23 (토) 14:26
    @해누기

    위로의 말씀 너무 감사드립니다.

    해누기님도 행복하게 지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추천 0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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