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지인이 부근에 골프치러 왔다면서, 저에게 들려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인 중에 유일한 부자지인입니다.

5년 전에 매출액이 800억이 넘는 것까지 들은 상장안된 회사 오너입니다.

이 지인 덕분에 평생 못 가볼 곳을 많이 가본거 같아요.

예전에 상장 하겠다고 할 때, 제가 반대 했었습니다.

굳이 욕심부려서 회사 규모 키울 필요 있나??

상장하면, 기업공개하고, 공시하고, 각종 간섭받고, 해골 아프다. 

안전빵 하며, 인생을 즐겨라. 

그래서 지금 지인은 열심히 즐기는 중입니다.

행복해서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지인은 저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제가 거절하고 있어요.

왜냐?? 머릿속에 맛을 넣기 싫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복도 많지....

남이 먹는거 보면 대리만족한다는데...

저는 대리만족은 커녕, 없던 식욕까지 갑자기 생깁니다.

중독에 약하게 태어난 모양입니다.

그냥 맛있는 음식 먹고 나면, 좋은 추억으로 남기면 좋은데..

이게 안되요. 자꾸 생각나서 또 먹고 싶어져요. 이게 음식중독입니다.

제 인생의 후반부 대부분은 음식을 끊는 것으로 보낸거 같아요.

콜라, 짜장면, 라면, 아이스크림, 피자, 튀김닭, 과자등등....많이도 끊었습니다.

술도 끊고 담배도 끊고 여자도 끊고..

이젠 거짓말까지 끊으.......아차차!! 이건 아니고...

그랜드캐년을 한 번 가서 보고 싶어요.

그리고 사운드오브뮤직에 나오던 스위스의 산자락 동네도 구경해보고 싶구요.

정말 이런 강렬한 행복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겁니다.

문제는...이걸 평생 할 수 있는가??

만일 중독되면 어케 해야 하는가?

그때가서 또 중독 끊기 위하여 고생을 해야 하는가??

저는 지지리도 복이 없어서 좋은게 있으면 중독증세를 일으킵니다.

최근엔 와우를 마지막으로 게임을 완전히 끊었습니다. 일절 안해요.

김종국처럼 운동에 중독되면 얼마나 좋을까??

청소나 정리정돈에 중독되면 얼마나 좋을까?

나에게는 이런 생각은 정말 사치인가봐요.

좋은건 중독증세가 생기지 않고, 나쁜 것만 중독증세가 생기니..깝깝합니다.

대형할인마트의 시식코너에서 맛 보고 쿨하게 뒤돌아 갈 수 있다면,

이런 사람은 뭘 먹어도 괜찮습니다.

근데, 자꾸 생각나서 또 사먹어야 한다면, 시식코너를 회피해야 합니다.

젊을 때가 그리워요. 그땐 없어도 괜찮았어요. 몸이 받혀 주니까요.

뭐든지 재미있었고, 사소한 것에도 즐거웠습니다.

영화 친구를 보면, 뛰어가는 장면...

아스라이 잊혀져가는 청춘을, 기억 건너편에서 쉽게 찾도록 해주네요.

이미 지나간 일인데, 이젠 되돌아갈 수 없는데,

자꾸 생각하는 어리석은 행위를 합니다.

앞으로 나에게 남은 길은 참담한 길입니다. 암울한 길입니다.

이 길을 피똥싸가며 걷기 싫다면, 아직 시간이 있을 때 하나 둘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70세부터 90세까지 20년.

엄청 긴 세월. (벌 받으면 시간 안가잖아요. 이것과 같을겁니다)

(실제로 노인분들 시간 엄청 안간다고 합니다)

이 20년 동안의 삶은 고난의 삶이요, 살기 싫은 인생입니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살아 있어도 죽어가는, 준비 안된 노년.

원하든 원치않든 살아있게 되면 맞이 할 수 밖에 없지요.

세익스피어가 지금 살아 있었다면, 

5대비극으로 이 부분을 넣었을 겁니다.

준비안된 노년은 인간의 비극임에 틀림없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