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대기업 취직, 그리고 부모님 용돈...의견을 듣고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랜 기간 고민만 하다가 이렇게 커뮤니티에 글을 올립니다. 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회원님들의 의견을 듣고싶습니다.

저는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작년 26살의 나이로 국내 10대 대기업 중 하나에 입사했습니다.

풍족치 못한, 아니 조금은 경제적으로 가난하다고 생각되는 가정환경에서 자라왔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어릴적부터 돈 문제로 종종 다투셨고 어릴때부터(중학생) "네 대학등록금은 네가 내야한다." , "우리집은 너 결혼할 때 못 도와준다." , "우리는 너한테 물려줄게 하나 없단다" 등의 어린나이에 듣기엔 조금은 부담스러운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항상 돈 걱정이었던 가정환경에서의 어머님은 장난이 많이 섞이셨겠지만 학원을 보낼때 등 저에게 돈이 드는 일에는 "나중에 커서 갚아야 된다~" 같은 생색아닌 생색을 하셨었습니다.

역시 가정환경이 중요한 걸까요. 저는 어릴적부터 미래의 대학등록금에 대해 걱정하며 자라왔습니다. 누구보다 잘 살고 싶었던 중학생의 저는 학자금 대출로 빚을 안고 대학졸업을 할 10년 후의 저를 상상하며 막연한 등록금 걱정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걱정은 잠시 미뤄두고 성공에 대한 열망이 곧 대기업 취직이라는 일차원적인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고, 명문대는 아니지만 서울의 4년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고민하던 대학등록금이 코 앞으로 다가온 대학생이 되자 다행히도 국가장학금이라는 제도 덕분에 첫 4학기는 모두 전액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군 제대 후, 높아진 국가장학금 문턱에 처음 부딫히게 되었고 누구보다 빚지기 싫고 누구보다 뒤쳐지기 싫어하던 저는 부모님께 처음으로 24살의 나이에 150여만원의 등록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주변의 친구들 중에 등록금을 스스로 부담하는 친구는 단 한명도 없었고 주변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수백만원의 등록금도 아닌 150여만원의 등록금을 지원해달라는 제 요청은 부모님의 거절로 묵살되었습니다. 결국 남은 4학기는 과외 아르바이트와 사외 장학금 등으로 모두 빚없이 대학졸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뿐만 아니라 여행을 좋아하는 저는 우리집이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젊은 시절 나의 경험이 가난한 것이 죽기보다 싫어 과외를 수없이 하며 스스로 돈을 벌어 세계 곳곳을 방학때마다 부모님 도움 없이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비교를 하지 않는 삶이 정말 FM이지만, 역시 주변의 친구들이 눈에 보이더군요. 그렇게 부유하지도 않은 평범한 주변 친구들은 부모님의 지원으로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생활을 보내고, 부모님이 쥐어주는 여행경비로 제가 밤낮으로 과외를 하러다니며 번 돈을 그냥 여행하며 쓰더군요. 하지만 그럴때마다 '부럽다..'정도로만 끝냈습니다. 열심히 산 덕분일까요..그렇게 성실한 대학생활을 마치고 빚없이 꿈에 그리던 대기업에 코로나를 뜷고 칼졸업 후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입사와 동시에 부모님은 제게 보험료, 통신비를 하루라도 빨리 넘기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내심 첫 월급에서의 용돈도 바라시구요. 칼같이 제게 넘기시려는 모습에 조금은 서운했지만 제가 돈을 버니까 제 보험료와 통신비는 당연히 제가 받았습니다. 첫 월급에서 백여만원 정도 선물로 드렸구요. 그리고 입사 3~4달이 지나자 제게 '너가 결혼 전에는 매달 용돈을 조금씩 줘야하지 않느냐'라는 의견을 피력하셨습니다. 여기서 감정이 쉽사리 주체되지 않더군요.

제 취직한 주변 지인들은 집안에서 많지는 안더라도 3~5천만원 정도 결혼자금으로 모아두신 여윳돈으로 전세를 도와주시거나 차량 구입에 조금은 보태주시는 등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아들 딸 들에게 조금이나마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시려는 부모님들이 태반입니다. 그에 반에 저는 제 전세금도 모두 제가 영끌로 충당하였고 취업과 동시에 부모님의 짐을 모두 제가 부담하고 살고있습니다. 제가 서운한 점은 저희 집이 결혼자금으로 지원해줄 형편 되지않는다는것 물론 아쉽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인 아들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도리어 매달 용돈을 피력하시는 모습에 적잖이 서운하더군요. 우리 부모님은 내가 자리잡는 것보다 돈을 받는게 우선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많이 서운했습니다.

저에게 어릴적부터 금전적으로 돈을 아끼셨었는데 이제 잘살아보려고 걸음마를 떼는 아들에게 용돈을 매달 달라고 하시는 부모님, 제가 정말 불효자인걸까요? 철이 없는 건가요? 결국 매달 조금이라도 드리는 쪽으로 생각중이지만 (제 마음이 편하고자) 회원님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글이 길었습니다. 모두 좋은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