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의 역사 - 물론 잡소리

처녀로 열여덟에 시집와서 온갖 기집질에 오입질 두집살림 세집살림 배 다른 애새끼 낳아오면 그 애까지 맡아 키우던

여자들의 세월이 있었죠.

그러다 뒈질때 되면 정실 부인한테 돌아와 앓다 죽던 그런 세월요...

요즘 설거지는 남녀관계에서 헤게모니가 이동했음을 보여주는겁니다.

그냥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았던 많은 여성들의 역사가 있었듯이

지금도 안정적인 삶과 섹스, 외롭지 않음을 위해 알면서도 선택했던 많은 남자들이 있었던거죠.

설거지라는 표현이 조금은 모욕적이긴 하지만, 어제 오늘 일은 아니라는겁니다.

그런데 이 논란을 부추긴건 오히려 결혼에 부정적인 총각들일겁니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 사람은 이 현상을 욕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의 문제니까요.

하지만 설거지를 하고 싶지 않은 총각은 자유롭게 깔 수 있습니다.

설거지하고 사느니 혼자 사는게 낫지 않냐? 이런거죠.

설거지의 속성은

밥 다 먹고 남은 빈 그릇이어서 씻어야 한다는 거고

또 하나는 씻는 주체는 깨끗하다고 인식한다는 겁니다.

즉 지금 이 논란에서 설거지 하는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깨끗하다고 스스로를 인식한다는거죠.

애낳아준다는 전설녀와 같은 논리인 셈이죠.

어쨌든

대체 이 깨끗의 정의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딱히 이걸 명확하게 설명해줄만한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놀만큼 논 여자는 더러운가?

놀만큼 논 여자가 섹스를 거절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더러운가?

놀만큼 논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취집하면 더러운가?

반대로 

룸싸롱가서 2차 나가면 더러운가?

유곽을 수시로 드나들면 더러운가?

모태쏠로이고 여자는 만져본 적도 없지만 온갗 동영상과 애니메이션에 젖어 일주일에 휴지를 서너통씩 소모하면 더러운가?

남녀 경험 1도 없는 두 남녀가 만나 구멍도 못찾고, 여자는 아파서 인상 찡그리며 10초 컷 하면 이건 깨끗한걸까요?

이 두 남녀가 어찌어찌 사랑하여 한 10년 만나 서로 질펀하게 섹스할 수 있게 됐지만

어떤 사연으로 헤어져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됐지만, 아직 서로의 몸은 기억하고 있다면 이제 이 두 사람은 더러운 사람들일까요?

설거지 논란의 이면을 살펴보면

총각들에게는 말 같지도 않은 순혈주의나 선민주의 같은게 깔려 있습니다.

유부남들에게는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는 패배주의나 낭패감 같은게 깔려 있고요.

설거지를 하고 싶지 않은 총각들은 정작 자기 자신이 설거지를 당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봐야할겁니다.

누군가 나타나서 녹슨 자지를 씻어줄 수세미를 찾다찾다... 아 시발 유부남들 보니까 다 설거지나 하고 있네...

이런 신포도 나무라는 격은 아닐지...

유부남이 설거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남자가 여자를 더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사랑이 50:50... 아니 49:51정도로 유지가 되나요...

사랑은 어느쪽으로든 기울게 마련이고

사랑하는 쪽이 아프기도 하지만 행복하기도 합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남자로서, 물리적, 심리적, 킹리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타이밍이 왔다는거겠죠.

아무런 긴장도 없이 전우처럼 애키우고, 대출갚는데 몰두하다보면 어느새 이성으로서 기능을 상실하기도 하니까요.

저는 제가 보기에 제 자신이 깨끗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설거지할만큼 깨끗하지가 않아요.

그냥 개똥같은 사바세계에 뒹굴 뿐이죠.

그 와중에 누구를 만나서 운 좋게 내가 더 사랑하게 된다면

최소한 누군가는 나보다 좀 더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으로 따뜻하게 되겠죠.

깨끗해서가 아닙니다.

아직 심장이 뛰고 수컷으로서 기능을 잃지 않았기 때문인거죠.

설거지 하는게 그렇게 억울하면

설거지 당하는건 기분이 좋을까요?

손해보기 싫은 현대인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설거지 논란을 보고 있으면

결국 인류가 걸어야 할 순리적인 길은 멸종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번식을 위한 부산물인 사랑을 놓고 손익분기점을 따지는 경제학자들을 보고 있으면 말씀입니다.

댓바람부터 헛소리좀 하다 갑니다.

끌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