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금(밤 10시~새벽 5시) 시행 4일째

낮에는 유령도시, 밤이면 불야성... 코로나의 두 얼굴 (msn.com)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한국은 이곳과 정반대군요.

제3국 얘기가 아닙니다. 미국 오하이오  북동부   얘깁니다. 전 클리블랜드에 살고 있고요.

한국에서도 1980년대에 사라졌던 심야통금이  지난 목요일 밤부터   4일째 시행되고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을 거쳐 앞으로 꼬박 3주를 채울 모양새입니다. 일단 주지사가 허락을 했고 이곳 경찰들이 매일 순찰을 돌고 있습니다.

심야통금은 지난 5월 말 다운타운 시위 이후 올해만 두번째네요.

물론 통금이라고 해도 긴급차량이나 특별히 의심이 가는 차량이 아니라면 멀쩡히 잘 가는 차량을 세우고 운전자를 검문, 끌어내리기 까진 안 할 겁니다. 하지만 일단 (이유없이) 사람들이 모여있거나 하면 해산시킬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만일 경찰이 세울 경우를 대비해, 이 시간에 운전을 해야만 하는 합당한 이유를 대야 합니다.

음식, 의료, 사회복지 서비스만 예외입니다. 관련자들은 허용되죠. 가정폭력등으로 인해 집을 떠나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노숙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주와 주를 잇는 고속도로 운전자들도 허용됩니다. 완전봉쇄는 아니니까요.

일단 명목은 그렇습니다. 지난 할로윈 이후 오하이오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을 했고,

지금까지 오하이오 주민의 사망자 수가 지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합친 사망자(전사자)수를 훨씬 넘는다고 하죠.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올 초~여름까진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트럼프 정부도 긴급보조금 지원에 적극적이였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자영업자들도 자기 업장을 알아서 셀프폐쇄를 했죠. 미니멈 인컴을 받던 노동자들 중엔 오히려 여러 중복 지원금/물품으로 수입이 늘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 였더랬죠. 가족단위로 지급되는 지라 남아도는 레스토랑 파우치 같은 걸 팔아서 현금화하는 사람들도 꽤 됐더랬습니다. 덕분에 레스토랑도 잘 됐죠. 리테일 스토어.. 한국분들이 운영하는 (흑인들, 히스패닉 대상) 뷰티 서플라이도 코로나와 관계가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됐습니다.

근데 대선도 끝나고 당선자도 확정된 지금, 이런 지원에 사람들 관심이 시들해진 건 사실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올해를 넘어 내년... 그리고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언제 종식이 될 지 모호해진 지금...

사람들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하고 있죠.

그간 참아왔던 자영업자들, 영세업자들.. 일부 요식업체 사장님들 등등은 집단으로 소송을 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주 정부 측에서 '통금'카드를 내밀었다고 말이죠. 

상식적으로만 보자면 말이 안 되는 얘기이긴 한데...

그래도 주 정부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무슨 이유에서건...

참 우울한 연말이 될 조짐입니다. 낮에만 조금 사람들이 다니고 오후 5, 6시만 되어도 어두워지면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없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베테랑 데이(11월 11일)이후 완전 연말연시 분위기에 연중 대목 시기여야 하는데 말이죠.

전문직 고소득층이라고 해도 많이 다르진 않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그동안 벌어놓은 거 계속 까먹고 있다고만... 아님 남들처럼 그냥 버티고만 있다고...

완전히 경기가 죽었습니다. 가뜩이나 러스트벨트다 뭐다 해서 젊은층들은 다 빠져나가고 점점 고령화 되어가는 분위기인데...

이제 정말 오하이오를 떠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20여년 만에 한국 컴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돌아오라고 그러고..

그동안 저도 실감을 못하고 있었는데...

정기적으로 클리닉에 가야해서 지지난 주말 병원예약이 잡혀 있었는데... 지난 수요일엔 안과 검진이랑 말이죠..

근데 그 며칠 전 제 담당 간호사에게서 전화가 와서 예약이 취소됐다고... 12월 초, 중순에 보자고 하더군요.

자기 동료가 감염이 됐고 자신은 접촉자로 분류돼서 쿼런틴.. 격리됐다면서 말입니다. 전 이름만으론 얼굴이 안 떠올랐는데.. 저도 아는 간호사랍니다. 다행히 제 담당 간호사는 어제 격리가 끝나면서 받은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정말 뛸 듯이 좋아라하더군요.

암튼 클리닉이 2주간 폐쇄됐고 어제서야 부분 오픈해서 기다렸다가 제가 먹는 약을 타왔습니다.

지난 여름엔 케어하는 환자 중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했을 때만 해도 그렇게 실감이 안 났었는데...

이젠 제 주변으로 점점 가까워져가는 느낌이랄까요...

여러분들도 남의 일처럼 여기지 말고 좀 더 신경을 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