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음주운전자를 위법하게 붙잡고 절차를 어기며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을 요구한 경우, 실제 음주운전이 드러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 3-2 형사부(재판장 정석원)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44 )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1 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0 년 8월 새벽 4시 25 분쯤 대구 달서구에서 술을 마신 뒤 오토바이를 운전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약 10 분 뒤쯤 A씨 집 앞에 도착해 A씨의 방문을 두드렸다. A씨가 나오지 않자 경찰은 방으로 들어갔고 A씨를 깨웠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 방법을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했다. 강제 수사를 해도 되는 지 확신하지 못했고 내부적으로 수사 방법을 문의하다가 결국 임의 수사를 하기로 했다.

경찰은 약 두 시간이 지난 새벽 6시 30 분 다시 A씨의 방에 들어가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때 경찰은 변호사 선임 권리 등을 일컫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

향후 채혈 조사 결과 A씨의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수사절차의 일환으로 경찰관들이 A씨의 방에 들어갔다면 체포와 피의사실,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 등을 고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고지를 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동의 없이 피고인의 방에 들어가고 현행범으로 체포할 정당한 사유가 없으므로 위법한 수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방에 들어간 행위를 정당화할 사유가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주취운전자 적발보고서, 음주운전 단속결과 통보 등은 위법한 수색절차에서 생긴 것이므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 했다.

이어 이후 채혈 결과에서 음주 수치가 높게 나온 것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채혈을 하겠다고 했을 때 이미 심리적으로 위법한 수사의 영향 하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700 만원을 선고했었다.

당시 재판부는 경찰이 A씨의 집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강제력도 행사하지 않았고 A씨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토대로 경찰관의 음주운전 측정 요구 행위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