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를 후송 중이던 구급차를 막아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 최 모씨가 24일 오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7.24/

지난 6월 환자를 이송 중이던 구급차를 가로막고 "내가 책임지겠다"며 10여분간 사설구급차의 환자 이송을 방해한 택시기사 최모씨(31)가 1심 재판에 항소했다는 소식에 유족측은 "어이가 없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김춘호)는 내달 23일 오전 10시20분 공갈미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씨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연다.

앞서 최씨의 1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는 지난달 21일 최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후 최씨측은 형량이 너무 과하다며 항소했고 검찰은 오히려 적다고 항소했다.

택시기사 최씨, 변호사 바꿔가며 형량 줄이려 혈안…유족 "어떻게 사과 한 마디 없나"

응급환자를 후송 중이던 구급차를 막아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 최 모씨가 24일 오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0.7.2

최씨의 항소 소식을 들은 A씨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분명 1심에서는 최씨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씨는 당시 1심을 담당했던 변호사를 '교체'하고 새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

A씨는 "1심 변호사를 갈아치우면서 어떻게든 형량을 줄이려고 노력하면서 어떻게 유족들한테 사과 한 마디 없냐"며 "피해자로 유족을 대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법률대리인 이정도 법무법인 참본 변호사는 "유족들은 1심 결과에 대해서 전혀 만족하지 못했는데 이마저도 부당하다고 하면서 항소를 했다는데 굉장히 유감"이라며 "형사적으로 양형을 유리하게 받으려고 자백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긴 재판과정 속에서 초기 격앙된 감정을 추스리고 1심 결과에 대해 체념하고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와 A씨 모두 항소 재판에 참관인 신분으로 참석해 최씨 재판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최씨가 구급차를 막아 A씨의 어머니가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중이다. 혐의를 증명할 수 있는 부검을 A씨 측이 대한의사협회와 강동경찰서에 요청했는데 이 역시 아직 진행되지 못했다.

한편 최씨는 지난 6월 8일 서울 강동구 고덕역 인근에서 구급차를 가로막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최씨에게 공갈미수, 사기, 특수폭행,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사설구급차가 앞으로 끼어들자 고의로 들이받아 구급차를 손괴했다.

또 사고 이후 "환자를 병원에 모셔다드리고 오겠다"는 구급차 기사의 말에 "사건처리가 먼저인데 어딜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가로막아 11분 동안 응급환자의 이송을 방해했다. 이후 구급차 기사가 보험사에 사고를 신고하도록 해 72만원을 수리비 명목으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