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소기업에 주 52시간 계도기간 1년 부여···노동계 “고용노동부 장관 퇴진” 주장
이효상 기자 [email protected]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50~299인 기업에 대한 법 시행이 20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현장 불확실성 해소와 주 52시간제의 조기 안착을 위해 정부가 행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잠정적 보완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주52시간제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게 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먼저 주52시간제와 관련해 중소기업에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노동시간 위반 사항에 대해 1년간 감독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노동자가 진정을 제기할 경우에는 감독에 착수하지만, 규정 위반이 확인돼도 시정기간 6개월을 별도로 부여해 처벌을 유예하기로 했다. 시정기간 동안 기업의 자율개선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법 시행 단계부터 1년6개월간 시행이 유예된 중소기업은 추가로 1년의 준비기간을 더 얻게 됐다. 대기업에 비해 노동조건이 열악한 중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주52시간제 시행이 대기업 노동자에 비해 2년6개월이나 늦춰지는 셈이다.
노선버스 노동조합이 모인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노선버스의 주52시간 시행이 계도기간 부여라는 이름으로 또 유예됐다”며 “계도기간이라는 이름의 유예기간 부여는 장시간 운전을 유지시켜 피로운전에 따른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법률 개정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또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고쳐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달 18일 정부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입법이 불발될 경우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탄력근로제 입법이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정부가 자체 시행규칙 개정으로 노동시간 유연화를 시도하는 셈이다.
특별연장근로는 재해·재난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해 노동자 동의와 노동부 인가를 받아 추가 연장노동이 가능하도록한 제도다. 정부는 재해·재난 이외에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증가’, ‘연구개발’, ‘인명보호 및 안전확보’, ‘설비 고장 등 돌발 상황’ 등의 사유를 이번에 추가하기로 했다.
특히 업무량의 증가 및 연구개발 등 경영상의 사유가 포함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상 1주 연장노동 한도 12시간 노동시간 규제 원칙이 훼손되고, 사용자 편의에 따라 임의로 노동시간을 연장할 위험성이 있다”며 반발했다. 원·하청 관계에 따라 수주량이 일정치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업무량 급증이 일상적으로 이뤄져 특별연장근로가 남용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해 특별연장근로 신청시 사업주가 ‘근로일 종료 후 11시간의 연속휴식 부여’, ‘1주 8시간 이내 추가 연장근로 운영’, ‘특별연장근로 도중 또는 종료 후 연속휴식시간 부여’ 등의 조치 중 하나 이상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재갑 장관은 “건강권 보호 조치 없이 특별연장근로를 과도하게 신청하면 정부가 재신청하도록 지도할 것”이라며 “(건강권 보호 조치를 지키지 않으면) 다음 번 인가할 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밖에 채용이 어려운 기업에 한해 외국인력 고용한도를 20% 상향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업종별 주52시간제 가이드라인과 노동시간 단축 기업을 우대하는 방안 마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예컨데 건설업은 주52시간제 적용에 따른 인건비 증가가 건설공사 단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표준시장단가’ 산정체계를 개편하고, 노선버스의 경우 약 3000명의 버스운전인력 양성 및 벽지노선 운행 손실금 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 행동에 대한 법적,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반노동·반헌법 발상을 실행에 옮긴 고용노동부 장관은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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