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린 게 이거였습니다. 급성 치수염으로 죽을뻔 했다고.
근데 저 글을 올리고 3시간여만에 다시 시작된 그 고통...
치료를 다 했는데 무슨 일이지? 라고 당황할 새도 없이 얼음물 머금고 뱉고... 끝없는 시간과의 사투가 시작됐습니다.
치과가 문열기까지 12시간이 남았는데 너무 답답하고 고통스러웠죠.
지역 응급의학과 가서 진통 주사 맞고, 마약성 진통제 처방 받아서 진통제만 거의 8종을 삼켰습니다.
근데 정신만 혼미해지고 고통은 안줄더군요.
발을 동동 구르다가 응급실에 치과가 있는 곳을 한참 수소문해서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갔습니다.(무려 60KM)
이미 찬 물을 입에 머금지 않으면 눈도 뜰 수 없을 정도여서 가족분이 운전해주셨죠.
근데 응급실 도착하니까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겁니다. 응급실에 치과는 있는데 급성 치수염은 취급을 안한다고...
발치된 이나 출혈만 취급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마약성 진통제나 한 대 맞고 가라고... 정말 진지하게 그 자리에서 그냥 이를 뽑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무 아파서 앞에서 말도 잘 못듣고 뭐 간단하게 적는 것도 못하고 있는데 그걸 뻔히 보면서도 진짜 야속하더라구요.
결국 치과의는 구경도 못하고 소득없이 돌아왔고, 마약성 진통제도 효과가 전혀 없었습니다.
남은 6시간을 얼음물과 함께 집에서 혼자 사투를 별였죠. ㅋㅋㅋ
그게 어떤 상태였냐면 얼음물을 입에 문 상태에서 때려넣은 마약성 진통제들 때문에 정신을 잃습니다. 그리고 5초 뒤에 얼음물이 식으면 고통 때문에 깜짝 놀라면서 깨어나죠. 머금었던 물은 어느새 주르륵 바닥에 흘려버렸구요.
이걸 무수하게 반복하니까 동네 치과가 문을 여는 시간이 오긴 오더군요.
가서 바로 차이를 뚫어달라고 하고, 마취 받았습니다. 곧바로 아름다운 세상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치료 후에 들어보니까 드럽게 재수가 없게도 두 치아가 이틀동안 연달아 급성치수염을 일으켰다는 믿지 못할 사연이...
정말로 진지하게 죽어버릴까? 라는 고민을 한게 한두번 되는거 같아요.
아픈쪽 이를 공구 같은걸로 뽑아버리면 되지 않을까는 대여섯번 생각한 거 같고.
웃긴 게 차타고 가는 와중에는 이런생각마저 들더라구요. 교통사고 나면 어떡하지? 사고 나면 얼음물 못구할거고 그러면 난 진짜 죽는게 나을거 같은데...
여튼 되돌아보면 헤프닝에 불과하지만 응급에서 치과를 다루는 게 문제가 있다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그래서 청원을 올렸고, 뭔가 조치가 취해지길 바랍니다.
아프지 맙시다
응급실 치과 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4xGt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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