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위기 대처의 좋은 예.' 아마도 KBS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이 지난 일주일 간 보여준 대처방식은 이 단 한 줄로 요약되지 않을까 싶다. 잘 나가던 드라마가 맞이한 의외의 위기상황을 <달이 뜨는 강>은 슬기롭게 대처함으로써 오히려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기회를 만들었다.
사실 지수의 학교폭력 논란이 터졌을 때 <달이 뜨는 강>은 더 이상 방영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반 사전제작제로 찍어 95% 가량 촬영이 된 작품이었다. 게다가 지수는 주인공 역할인 온달인데다, 그 온달 캐릭터는 덫에 걸린 토끼 한 마리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놔주는 그런 인물이었다. 그러니 지수의 학교폭력 논란은 <달이 뜨는 강>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학교폭력 논란이 터지자 <달이 뜨는 강> 측은 공식적인 촬영을 모두 취소했고, 3일 뒤 지수는 결국 논란을 인정하고 사과한 후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그리고 그 지수가 했던 온달 역할은 나인우로 대체되었다. 놀라운 건 이러한 주인공의 교체로 인해 함께 촬영한 다른 배우들 역시 재촬영이 불가피해졌지만, 모두가 여기에 동의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이지훈과 왕빛나는 재촬영에 노개런티를 선언했다.
이렇게 빠른 결정을 했다고 해도 바로 지수 대신 나인우가 투입되어 이야기를 이어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싶었다. 그래서 적어도 몇 회 정도는 결방이 되거나 혹은 온달 캐릭터의 분량 없이 한두 회가 채워지지 않을까 예상하는 게 상식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모두 깨고 결방도 캐릭터 분량 실종도 없이 <달이 뜨는 강> 7회에 나인우로 교체된 온달 캐릭터가 등장했다.
물론 이날 나인우가 연기한 온달의 분량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고 본격적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건 아니었다. 7회의 내용은 궁으로 돌아온 평강(김소현)과 계루부 고원표(이해영)과 결탁한 장백 약초점 해모용(최유화)의 대결이었다. 고원표의 계략에 따라 해모용이 태자의 탕약에 독을 넣은 것처럼 꾸미고, 그걸 본 평강이 그 사실을 태왕에게 고하게 만들어 오히려 중신들을 무고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내용이 채워졌고, 고건(이지훈)과 함께 장백 약초점에 찾아갔다가 거기서 북주로 가기로 된 고구려 공녀들을 비밀리에 빼돌려 신라로 보내는 사실을 알게 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즉 이 분량은 아마도 이미 촬영이 완료된 부분으로 채워진 것일 테지만, 동시에 나인우로 교체된 온달의 분량도 신속히 촬영해 넣었다는 건 제작진이 최대한 <달이 뜨는 강>의 이야기 흐름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걸 막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걸 보여준다. 결국 짧은 분량이지만 나인우로 대체된 온달 분량을 넣었다는 사실은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달이 뜨는 강>의 제작진이나 배우들이 무슨 잘못이 있으랴. 그들 또한 이번 학교폭력 논란으로 인한 피해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보다 시청자들을 위한 최대한의 배려와 희생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슬기로운 대처가 전해주는 진심은 드라마에는 오히려 득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방영 도중 배우 교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지만, 그래도 박수와 지지를 얻게 되는 예상 못한 놀라운 반전을 맞이하고 있으니 말이다.
(연예인)
장원영 레이 (아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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