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밭에서 며칠 째 칠면조와 병아리들이 사라졌고,
거위가 밤새 공격을 받아 깃털이 무더기로 빠지는 사건이 있었는데
오늘 용의선상에 오를만한 녀석을 목격했습니다.
요즘 아침에 출근하면 까치를 이웃밭에 데려가서 놀게하는 걸로 일과를 시작합니다.
주변 길냥이들에게 비명횡사할까 겁나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밭 귀퉁이 으슥한 곳에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너구리 가족이더군요.
나름 희귀한 광경이라 사진이라도 찍을 요량으로 폰 가지러 사무실에 헐레벌떡 갔다왔더니,
그 와중에 밭에서 한가로이 장난치는 까치를 노리고 길냥이가 1m까지 접근해서 공격자세 중.
(나무가지에 올려놓는데 요즘 날개에 힘이 좀 붙었는지 자꾸 밭으로 글라이딩 해버립니다)
다급한 마음에 소리 질러 길냥이 쫒아내니 너구리가족도 덩달아 도주해버리더군요.
이놈들이 개도 묶여있는 곳에 왜 왔나 해서 가보니 그 자리가 사건현장이었습니다.
며칠 전에 사라진 칠면조 암컷이 배가 다 파먹힌 채로 죽어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피해가 발생한 초기에는 매년 침입해 학살극을 벌이는 개를 범인으로 생각했지만
개라면 시체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시체가 없어진 걸로 봐서
개는 아닐 것으로 짐작은 했습니다.
병아리를 종종 채가는 길냥이는 칠면조를 사냥할 능력이 안되고...
역시 매년 칠면조 훔쳐가는 인간 역시 의심스러웠지만 오늘 사체를 발견했으니
결국 야생동물 그것도 너구리가족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물론 다른 야생동물이 사건을 저지르고 너구리가족이 콩고물 좀 얻어먹으려했을 수도
있지만 수달,족제비라면 개 이상의 대학살극을 벌여놨을게 뻔하죠.
역시 십중팔구 너구리 짓인 것 같습니다.
밭주인인 Y사장은 재미로 이것저것 키우는 양반이라 피해로 생각치도 않는 것 같고,
재발 방지를 위한 수고도 할 마음이 없으니 당분간 평화롭던 이웃밭에서는 피바람이 가실 날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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