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없는 오지라퍼의 최후

중학생 아들이 이만하면 쓸만한 스펙이냐며 컴퓨터 사양을 문자로 보내주더군요.

페놈2 955, 8600gt, 당연히 SSD는 없고 320g 하드디스크, 메모리는 그나마 8G

누가 이런 노인장 학대하나 싶어 물어보니 같은 학교 애가 컴퓨터 사려고 물어 본다는군요(공용 카톡)

예산 물어보라고 했더니 10~12만. (여기에 모니터도 포함돼야 한다고...ㅠㅠ)

순간 감이 왔죠. 형편이 넉넉치 않나 보구만

그래서 집에 컴퓨터 있나 물어 보랬더니 없다는 답변. 그래서 확신했습니다.

저 예산으로 제대로 구할 수는 없을거고 오랫만에 PC조립이나 해보자 해서 오지라퍼 기질 발동했습니다.

예전에 쓰다 창고에 처박아둔 i3 꺼내보니 이미 부속품 대부분 꺼내 재활용했더군요. CPU랑 보드만 남은 상태

테크노마트에서 매장 하는 K사장에게 헬프 때렸죠. DD3메모리 8G, 파워, 키보드 구해달라고 했더니

다음날 가져왔는데 사정 듣더니 제값 치르겠다고 해도 자기한테 없어서 사온 놈만 받겠다고 3만원에 몽땅 주고 가더군요.

심지어 파워는 마이크로닉스.

그래도 이것저것 모자라서 재활용창고하는 K사장에게 갔죠.

모니터랑 컴퓨터 나온거 없냐고 물어보니 마침 나온게 있다고 가져가라 더군요. 공짜로

(손에 5만원 쥐어줄랬더니 끝까지  안 받아서 그냥 왔습니다)

입이 찢어져서 바리바리 싸들고 사무실 와서 뜯어보니 페놈2 -_-; 그나마 부팅도 안됨. POST도 못 들어감.

그래픽카드가 라데온 HD6870인 걸로 봐서 대략 10년 쯤 된 놈인듯...

요건 쓸만하겠다 하고 챙겨놓고 i3랑 보드 살펴봤더니 험하게 다뤄 보드 내 핀 몇개가 휜 상태, 크게 문제될 놈들은

아니지만 아니다 싶어서 다시 테크노마트 K사장에게 얘기했더니 펜티엄(샌디브릿지) 랑 보드 붙은 케이스 갖다 주더군요.

다시 한번 공짜로 (주위에 폐만 끼치고 삽니다)

여기에 메모리,HD6870,파워 달고 켜보니 역시 POST도 안 나오더군요.

그래픽 카드가 문제다 싶어 꺼내 보니 입력단자들 핀에 먼지들이 뭉쳐 쇼트난게 아닌가 싶어 물티슈로 닦아내고 말린 후

장착했더니 통과.

여기에 주어 놓은 SSD로 윈도우10 설치하고 최적화 터치도 살짝 해 놓으니 그럭저럭 쓸만하다 싶더군요.

최근 가지고 있던 T급 하드 대부분이 뻑나서 그나마 문제 없는 300g 하드도 추가로 달아주고 재활용창고에서 같이

업어 온 24인치 모니터까지 갖추고 컴퓨터 구했으니 가져가라 하라고 아들에게 얘기해줬죠.

몇시간 있다 아들 대답이... 그 집 부모가 못 받게 해서 없던 일로 됐답니다.

사정은 모르겠지만 이틀 동안 혼자 부산 떨며 이리저리 민폐만 끼친 셈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