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주주자본주의 끝내겠다"...두려움에 떠는 월가

바이든, 법인세율 인상·대기업 규제강화 방침 밝혀
"세율 인상 시 S&P500기업 순이익 10% 안팎 감소"
경제여건 고려해 급진적인 정책 후순위로 미룰 가능성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이 "주주자본주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9일(현지시각) 밝혔다. 대기업과 부유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 강화 방침을 대놓고 드러낸 발언에 월스트리트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업이 오직 주주 만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며, 완전히 웃기는 일"이라며 "그들은 근로자들과 우리 사회에 책임이 있다. 새롭거나 급진적인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이 연방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던 시대는 끝날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힘을 갖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이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중산층과 서민 가구에 정책을 집중하겠다. 부유한 투자자들이 아니라"라며 "그들(부유한 투자자)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대기업과 고소득 투자자에 대한 세율 인상, 규제 강화는 바이든의 대표 공약이다.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주요 경제 이슈에 대해 바이든이 민주당 지지층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온건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 공약은 약속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날 연설에 월스트리트는 바짝 긴장했다.

미국 금융서비스 회사 SMH그룹의 조지 볼 최고경영자(CEO)는 "세금을 떼고 난 뒤 가져갈 수 있는 돈이 줄어 든다는 건 상당한 문제"라며 "이론적으로 보면, 바이든의 계획대로 세율이 인상되면 주가가 지금보다 25% 낮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가 35%에서 21%로 낮춘 법인세율을 28%로 높이기로 했다. 연소득 40만달러(약 4억8000만원) 이상의 소득세를 37%에서 39.6%로 인상하고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의 초고득층에 대해선 오랫동안 누적된 투자이익과 배당에 대한 세율을 39.6%로 올릴 계획이다.

미 투자자문사 모멘텀 어드바이저스의 앨런 부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바이든의 세제개편안은 시장에 역풍을 몰고 올 것"이라며 "법인세율이 공약대로 오르면 S&P500기업들의 순이익이 10%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주요 투자은행은 바이든의 당선이 증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법인세율 인상으로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이 9달러 줄 것이라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S&P500 기업의 순이익 전망치를 12% 낮추는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JP모건체이스는 "현재 미국 경기 둔화 속도를 고려할 때 민주당이 경제 성장을 제한할 만한 정책보다 친(親)기업 정책과 일자리 마련 방안을 더 우선 순위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민주당이 내세우는 법인세 인상안이 시행되도 기존 예측보다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덜 할 것"이라고 6일 분석했다.

미 투자자문사 시그넘 글로벌도 기업 고객들에게 바이든이 당선이 되더라도 급진적인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낮다는 편지를 보냈다.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이날 발표한 공동정책안을 보면 바이든의 선거공약에 포함된 온건한 공약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급진적인 아이디어는 거의 없거나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현승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