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에 ‘LNG 기술’ 끼워판 프랑스 독과점 기업 ‘갑질’에 과징금 125억

국내 조선사에 ‘LNG 기술’ 끼워판 프랑스 독과점 기업 ‘갑질’에 과징금 125억
박광연 기자 [email protected]

LNG(액화천연가스) 선박 제조에 필요한 기술을 독점 보유한 프랑스 업체가 국내 조선사들에게 기술을 강제로 끼워 팔았다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및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 등으로 프랑스 국적 기업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GTT)’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25억2800만원을 부과한다고 25일 밝혔다. 독과점 사업자의 끼워팔기 행위에 대한 공정위 제재는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MS) 사건 이후 처음이다.

공정위 조사·심의 결과 GTT는 LNG 선박을 만드는 국내 8개 조선사들에 ‘LNG 화물창(저장탱크) 기술 라이선스(특허·노하우)’를 판매하며 ‘엔지니어링 서비스’까지 구매하도록 강제했다. GTT는 “엔지니어링 서비스는 필요시 구매하겠다”는 조선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GTT가 LNG 기술 라이선스 시장의 95%를 점유(2018년 매출액 기준)한 독과점 사업자였던 만큼 조선사들은 끼워팔기 거래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공정위는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구매하는 조선사들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GTT의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이 봉쇄됐다”며 GTT에 거래강제 및 사업활동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GTT는 조선사들과 계약을 맺으며 ‘GTT 특허권의 유효성을 다툴 경우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부당한 거래조건을 설정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상대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준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GTT 기술 라이선스 없이는 LNG 선박 건조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조선업체가 시장퇴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특허 유효성을 다투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GTT가 독점해 온 LNG 화물창 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장에서 신규사업자들이 진입할 여건을 조성해 가격·품질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제재의 의미를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독과점 사업자의 끼워팔기 제재는 윈도우 서버 운영체제에 윈도우 미디어서비스를 끼워판 MS 제재(2006년)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