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께 하극상하던 ㄴ

어제 회사서 있었던 일인데요
(분석서비스 회삽니다)



부장님께서 부르시더니 모니터로 긴 설명문 보여주시며

부장님: **대리, 실험실에 이거, 이거, 장비들 있지?

나: 예. 있습니다.

부장님: 이 실험 해봤나? 아니, 할 수 있겠어?

나: 이 시약이 없어서 당장은 못 하지만 할 수는 있습니다.

부장님: --팀엔 있을 거야.



여기까지 듣고는 '아. 영업팀이 새 일거리 물어왔구나' 생각했죠.



부장님께서 옆 부서 대리를 불러다가
(그 팀 팀장이 휴가라서
2짬인 그 대리한테 업무지시 내리는 상황)

부장님: 이러이러한 분석 의뢰 00건이 들어왔어.
내가 분석법을 찾아봤는데
이 시약 가지고 있지?
분석장비 이거, 이거는 (우리 부서를 가리키며)**팀에 있다고 하니
할 수 있겠지?
(나: '아. 우리팀 일이 아니구나')

그ㄴ: 부장님. 저희 이 실험 안 해봤습니다.

부장님: 알아. 아는데, 장비도 있고 시약도 우린 다 있잖아.

그ㄴ: 그래도 저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항목들이에요.

부장님: (목소리에서 답답함이 느껴짐)안 해봤으면 못 하나?
--팀에서만 안 해봤지, **팀은 하고 있는 일이야. 방법은 **대리한테 배우면 되고.
지금 00건 의뢰가 들어와서 그래.
분석법 찾아보니까 우리 회사서 충분이 할 수 있겠구만.

그ㄴ: 부장님, 제가 이걸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팀장님하고도 상의 되신 일인가요?

부장님: 지금 들어온 일이라니까?
나도 막 전화 받은 거야! --팀장이 지금 없잖아.

그ㄴ: 저한테 상황 설명을 안 해주셨잖아요?
갑자기 할 수 있냐고만 하시면 제가 어떻게 대답합니까?

부장님: (누가 봐도 분을 삭이는게 보일듯)내가 잘못했네. 내가 잘못했어...
잘 들어. ......(이하 생략)



간추리느라(기억의 산계이기도 하고) 이렇게만 썼는데

그년은 계속 이 핑계 저 핑계 강조하며 일감 안 맡으려고 용쓰고
부장님은 할 수 있어? 없어? 그것만 얘기해!하며 역정을 내시고

꽤나 오래 고성이 오갔어요.



참 대담한 년.

처음 볼 때부터 텃새짓 하고, 앞담화 까고,
'나 이정도 미친년이니까 건들지 마라' 하는게 너무 보여서 웬만하면 말 안 섞고 지냈는데

이정도 돌아이인줄은 몰랐네요.

반면에 부장님은 인상 좋은 아저씨 느낌이고
직원들이랑 농담하는거 좋아하시고(넉살 좋은 직원은 아부지라 부름)
말이 부장이지, ㅈ만한 중소기업이라 임원이라 해도 무방한데

일개 대리가 뭘 믿고 맞선건지
'나 이정도 미친년이니까 건들지 마라'가
부장님한테도 먹힐거 같았나?ㅋㅋㅋㅋ
부장님이 친절히 실험법도 찾아서 보여주시는데.



회사 분위기를 부수적으로 서술하자면

팀이 여럿 있지만, 그 팀만 전원이 여자임.
(팀장까지.)


여자들이 딱 시키는 일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는 종종 들었는데
시키는 일도 안 하는 경우가 있나요?


이 팀이 유난히 배타적이고,
지들끼리만 똘똘 뭉쳐서 타 부서 사람들과 인사도 잘 안 하고,
다른 팀 사람들이랑 친해져야 할 이유를 모름.
(아니, 같은 회사 사람끼리 일부러 벽 쌓아야 할 이유는 있고?)


팀장이란 인간도
대리, 사원들이랑 함께 남 욕하면서 친목을 다짐.

평소에 자기팀 실드 치면서
상사, 다른 부서장들 앞에서 "못 합니다. 안 됩니다."가 입에 붙었고.
(이 부분은 그 팀원들 입장에선 참 든든할듯.)


그래서 그 대리년도 부장님 앞에서
팀장님하고 얘기 됐느냐, 난 권한이 없다는둥
지 팀장만 불러댔죠.



그나저나
저쪽 팀에 실험방법 알려주고
달라는거 이것 저것 줘야하는데
참 난감하네요. 그년이랑 업무적으로 엮이는거 질색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