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추 장관 아들과 대위 진술···검찰은 왜 무혐의 판단했나

[단독]엇갈린 추 장관 아들과 대위 진술···검찰은 왜 무혐의 판단했나
윤지원 기자 [email protected]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무이탈 의혹은 1차 병가(2017년 6월5∼14일)와 2차 병가(15∼23일) 이후 부대 복귀 없이 사용한 3차 휴가(24~27일)를 중심으로 나왔다. 휴가를 구두 승인했던 당시 부대 지원장교 B대위의 진술이 계속 바뀌면서 수사에 혼선이 불거진 것으로 파악됐다. 추 장관은 보좌관에게 직접 군 상급자 전화번호를 준 사실이 확인됐으나 청탁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2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씨는 검찰 조사에서 “B대위가 21일 전화를 걸어와서 ‘병가 연장은 안 되고 휴가를 대신 쓰고 27일에 복귀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B대위도 초기 검찰 조사에서는 비슷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대위는 추후 검찰 조사에서 “27일에 복귀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 포렌식 조사에서 당시 통화 기록이 나오지 않은 뒤 진술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B대위가 기록을 모두 지운 것으로 검찰은 봤다. 양측 진술이 엇갈린 상황에서 검찰은 B대위가 서씨와 동일한 진술을 했던 초기 검찰 조사 직후 측근에게 ‘사실대로 말했다’고 보낸 문자 메시지를 확보했다. 이와 동시에 휴가 승인권자였던 C지역대장과 D지원반장 간 지난 6월 통화 기록에서 C지역대장이 “B대위가 4일 연가를 줬다고 했다”고 말한 내용도 확인해 B대위의 초기 진술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C지역대장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서씨 휴가를 승인했을 것”이란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서씨가 휴가 승인을 받았다고 인식할 정황이 충분하다고 보고 군무이탈 의혹을 무혐의로 판단했다. 육군 군사경찰 출신 최미경 변호사는 “형식적 요건을 갖췄는지와 상관없이 승인이 있었다면 군무이탈죄는 성립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좌관 A씨에 대해서는 A씨 본인과 전화를 받은 B대위가 모두 ‘청탁이 아닌 문의였다’고 진술한 점을 감안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2차 병가를 요청한 6월14일 전화는 절차를 안내 받은 것이고 21일 전화는 이미 승인받은 정기휴가에 대한 확인 차원의 전화이기에 부정한 청탁이 될 수 없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공모 혐의를 받은 추 장관도 기소를 모면했다. 다만 추 장관은 A씨의 휴가 문의 전화를 두고 ‘모르쇠’로 일관하며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 받을 수 있다. 수사 결과, 추 장관은 6월21일 직접 보좌관 A씨에게 지원장교 B대위 연락처를 문자로 전달하고 “아들과 연락을 취해달라. 5시30분까지 한의원에 있다”는 2차 문자를 30분 간격으로 연달아 보냈다. A씨는 “통화했다. 지원장교에게 예후를 좀 더 봐야 해서 한 번 더 연장해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황이다. 예외적 상황이라 내부 검토 후 연락주기로 했다”고 답신했다. 추 장관이 직접 보좌관에게 지원장교와의 통화를 부탁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인 셈이다. A씨는 서씨 1차 병가가 완료된 14일에는 추 장관에게 “아들 건은 처리했다”며 “소견서는 확보되는대로 추후 제출토록 조치했다”고 문자로 보고했다. 이에 추 장관은 검찰 서면 조사에서 “아들의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말한 것일뿐 병가 연장 관련 지시를 한 사실은 없고 본인이 알아두어야 할 내용을 A씨가 알려준 것”이라고 답했다. A씨도 “서씨에게서 상황을 전해듣고 조치를 취한 후 추 대표께 알려준 것일뿐 지시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추 장관이나 그 남편이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2017년 6월15일자 면담기록에 ‘부모님 민원’이라고 적힌 것은 서씨가 A보좌관의 전화 사실을 ‘부모님이 민원을 제기한 것 같다’고 D지원반장에게 둘러댄 것이 그대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를 종합해 “추 장관이 청탁에 관여한 뚜렷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음”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 정태원 변호사는 “동부지검이 객관적 입장에서 공정한 수사를 했는지 의문”이라며 “장관에게 겁을 먹었거나 잘 보이려고 한 것이 아니겠나”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은 보좌관과 통화했다는 B대위 진술이 조서에 누락됐다는 의혹도 문제 없다고 결론내렸다. B대위는 이달 재조사에서 “보좌관과 1회 통화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A씨가 검찰 조사에서 “3회 통화했다”고 자백하자 B대위는 “3회 통화했다”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B대위의 진술이 계속 번복되는 점 등을 감안해 당초 보좌관에 대해 말했다는 B대위 진술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서씨의 부대배치, 통역병 선발에 보좌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