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때문에 고민입니다.

현재 수색대대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아들과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통화를 합니다.

체격이 큰 편은 아니지만 달리기는 또래보다 잘 하는 편이라 매일 10km 전후로 하는 구보가 힘들지만 시간이 흐르면 잘 견딜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힘든가 보네요.

이 친구가 귀에 진주종이 있어서 입대 전에 일부 제거를 하고 갔는데,,이게 문제가 되는지 구보할 때마다 귀가 울리고 아파 힘들다는 말을 몇 번 하더라구요.

참아보다가 도저히 안되겠으면 얘기하고 군병원이라도 가라고 했더니 오늘 다녀왔나 봐요.

근데,, 진주종이 문제가 아니고 코뼈가 많이 휘어서 호흡이 어려웠던 것이고 호흡이 어려우니 그 부담이 귀에 압력으로 작용했을 거란 얘기를 했다네요. 필요하면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신병이라 이걸 부대에 얘기하면 쫄다구가 구보 빼려고 잔머리 쓴다는 핀잔을 들을 것 같다는 걱정을 하기에,,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네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는 거니 정 못 참겠으면 얘기하라' 고 전화를 끊었지만 맘이 안 좋네요.

제 아들이 어디 가서 멍청하다거나 눈치없이 구는 스타일은 분명히 아니라고 알고 있었기에 부대 동료에게 이런 얘기를 듣는 것에 스트레스를 꽤 받아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군생활에 가장 기초가 되는 구보가 어렵다니,,참 곤란한 지경이죠.

이미 동기 및 후임병 중 여러 명이 구보하다가 발이 망가져 타부대로 전출이 결정됐다더군요. 그걸 보니 이 녀석도 차라리 나도? .. 하는 마음이 든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마음이 착잡합니다. (아예 그런 경우가 없다면 포기라도 할텐데) 주변이 들썩거리니 얘도 흔들리는 마음이 있나 봐요. 산악 구보가 악명높긴 한가 봅니다. 단지 뜀박질에 발목이 나가는 아이들이 벌써 여럿이라고 하니..

부모로서 두 가지 마음이 듭니다. 해줄진 모르겠지만 그냥 타부대로 전출해달라고 해라..or 네 선택이니 네가 견뎌라.

전자를 얘기하자니 타부대로 간들 고운 시선 없이 못견디고 전출 온 녀석' 딱지를 안고 근무해야 할 것 같아 그것도 걱정이고,, 후자를 얘기하자니 그래도 위로받고 싶어 얘기한 건데 지나치게 냉정한 것 같고..

일단 두 가지 모두를 얘기했어요. 아빤 네가 결정한 일을 끝까지 완수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지금은 정말 견디기 어렵겠지만 몇 달만 버티면 견딜만 할지도 모른다.( 이 점은 녀석도 동의하는 부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네가 몸과 마음이 다쳐서 군생활을 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네 판단에 몸과 마음이 다칠 것 같다 지경'까지 갔다면 지체없이 엄마, 아빠와 상의하고 다음 일을 고민해 보자.

따지고 보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기에 그냥 안타깝기만 합니다. 본인도 어떻게든 제 입으로 한 말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람이 견딜 수 있는 한계가 다 똑같은 것이 아니니 정신력만 강조하기도 어렵네요.

그러게 이자식아,, 그냥 일반 부대 가라니까.

그 민정경찰' 딱지가 뭐라고..ㅠㅠ 그래도 군병원에 돌아다니면서 어깨 쭉 펴고 다니는 게 뿌듯하다는 말은 빼먹지 않고 하네요.

실상은 저 혼자만 그리 느끼는 걸텐데 말이죠.

일반인은 저 군인이 찬 고무링이 구슬인지 고무줄인지 신경도 안 쓰는데 혼자만 멋지다고 생각했던 옛날이 떠오르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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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 10.51" 수정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신대로 엊저녁 통화에서 편하고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도저히 체력이 감당안되는 상황까진 아닌 걸로 판단이 들어 본인 의지대로 좀 더 견뎌보라고 했습니다. 여러 댓글에 적힌 대로 가장 중요한 건 네 마음과 몸뚱아리' 란 사항을 수도없이 강조했어요.

전 제 아들의 판단을 좀 더 믿어보렵니다. 걱정과 조언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큰 위안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