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개혁안 권한 분산·통제방안 빠져, 재논의 해야"

"경찰개혁안 권한 분산·통제방안 빠져, 재논의 해야"
김은성 기자 [email protected]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설치 등의 경찰개혁안들은 민주적 통제장치가 없는 방안으로 국회에서 통과돼서는 안된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이 모인 경찰개혁네트워크(경찰개혁넷)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김영배 의원의 경찰법 개정안에 대한 평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주장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지난달 당·정·청 협의를 통해 발표된 권력기관 개혁 방안 중 광역단위 자치경찰 도입 계획 등이 담긴 경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의원입법 형식을 취했으나 사실상의 정부안이다.

주요 내용은 경찰사무를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나눠 사무별 지휘·감독권을 분산하는 방식의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행 지방경찰청을 시·도지사 소속의 시·도경찰청으로 변경해 시·도경찰청 내 경찰사무 중 국가경찰사무는 시·도경찰청장이 하고 자치경찰사무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수사사무는 국가수사본부장이 지휘·감독하는 것이 골자다.

경찰개혁넷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시·도 경찰청’이라는 한 지붕 안에 두고 지휘·감독 권한만 구분하고 있다”며 “시·도경찰청장은 경찰청장이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과 협의해 추천한 사람 중 행전안전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토록 해 자치경찰의 조직과 업무가 국가경찰과 분리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수본을 경찰청 내에 설치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찰개혁넷은 “경찰청장의 보조기관을 벗어나지 못한 점에서 중앙집권적 단일조직인 경찰청의 권한을 분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독립적 수사에 있어서도 경찰청장의 지휘와 명령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경찰 권한을 분산하려면 독립적인 수사청 설치를 통한 사법 경찰과 행정 경찰의 분리, 실질적 자치경찰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경찰개혁넷은 경찰위원회에 감찰요구권 등 강화된 권한을 부여해 경찰에 대한 통제 기구로 기능할 수 있게 하고, 권한 남용 등을 조사할 수 있게 독립적인 감찰관 설치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보경찰 존속도 논란이다. 경찰개혁넷은 “정보경찰이 수행하는 정책정보 수집과 배포, 신원조사 등 인사검증, 집회관리 등의 업무는 경찰 본연의 업무라고 할 수 있는 범죄수사와 위해방지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호영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총무위원장은 “경찰개혁의 핵심은 경찰을 어떻게 통제하고 권한을 분산·축소시킬 것인가에 있으나 김영배 의원안은 경찰개혁 방향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민주적 통제 강화와 경찰권한의 실질적 분산과 축소라는 원칙 하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