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반도의 소년’…일제 아동·여성 강제노역 동원 자료 공개

‘건강한 반도의 소년’…일제 아동·여성 강제노역 동원 자료 공개
이상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근로는 곧 교육이다”

일제강점기 조선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이 1944년 3월 각 도지사와 직할 학교장 앞으로 보낸 문서인‘학도동원 비상조치요강’에는 강제노역을 교육으로 표방했다. 이 요강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대학생까지 동원의 대상이었다. 국가기록원과 국립중앙도서관, 동북아역사재단은 13일 일제의 아동·여성 강제동원 관련 기록과 이를 정당화하고 선동하기 위해 쓰여진 신문기사·문헌 등 35건을 공개했다. 일제의 아동·여성 강제징용에 대해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공개된 문서는 일제가 중일전쟁 이후 조선인 학생들을 본격적으로 노역현장에 동원한 사례들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일제는 1938년부터 학교별로 ‘근로보국대’를 결성해 근로봉사를 강제했다. 처음엔 10일 정도 동원하다 전쟁이 심화된 이후에는 동원기간을 1년까지 늘렸다.

특히 근로보국대에 동원된 학생이 졸업 후 전쟁터로 끌려간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조선총독부가 학생들을 노동력과 병력의 원천으로 인식했음을 입증하는 구체적 사례라고 기록원 측은 설명했다.

일제는 여성들을 타자수, 세탁원 등의 역할로 노역현장에 동원하는 것을 넘어 ‘백의의 천사’라고 선전하며 침략전쟁의 최일선에 세웠다. 조선의 아동·청소년을 ‘소년공’, ‘산업전사’‘건강한 반도의 소년’ 등으로 추켜세운 문헌과 신문 자료도 포함됐다.

국가기록원 등 3개 기관은 이번 공개를 계기로 그동안 각 기관 차원에서 진행됐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에 대한 기록 분석, 데이터베이스(DB)구축 등 관련 사업과 연구를 공동 추진할 방침이다. 다음달 4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공동 전시행사를 진행된다. 일반인들도 이달 말까지 예약하면 관람할 수 있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이번 기록물 공개는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도 각 기관이 강제동원 관련 명부와 기록을 지속해서 수집·정리·분석해 공개하는 등 학계와 함께 강제동원 연구의 기반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