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레일 밑에서 강아지를 주웠습니다

경주에서 포항으로 넘어가는 산업도로가 있는데

왕복 6차선인가 5차선이었나 중앙에 가드레일이 있을 정도로 넓은 도로입니다.

비오고 바람 엄청 불던 지난 금요일 귀갓길에

그 넓은 길 중앙 가드레일 밑에 왠 강아지가 주저앉아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잘못봤나 싶어 한 10분을 달려 집으로 향하다가 마음이 찝찝해 다시 차를 돌렸습니다.

비를 뚫고 한참을 다시 찾아가  강아지 임을 확인하고 서둘러 갓길에 차를 세웠습니다.

혹시나 삼각대까지 멀리 세우고 강아지를 데리고 갓길로 와 차에 태워 닦여줬구요.

언제 봤다고 안기고 막 사람 좋다고 비비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아직 이도 다 안난 완전 새끼 강아지가 

왜 비에 쫄딱 맞은채  덤프트럭과  트레일러  쌩쌩 다니는 큰 도로 중앙에 있었던 건진 정말 모르겠습니다

믹스견같아서 근처에 가까운 마을에서 나온 강아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데

가까운 마을이나 집도 차로 가야되는 거리라

이 거리를 새끼 강아지가 혼자 걸어올 수는 절대 없을 것 같더라구요.

암튼 집까지 데리고 와서 씻기고 일단은 주말을 보냈습니다

지난 설날에 16년째 키우던 강아지가 하늘나라로 가고 

아직 버리지 못한 강아지 용품들이 있어 저 친구를 씻기고 간식도 주고 했습니다
씻기는 동안 밖엔 거의 폭풍에 우박과 눈섞인 비가 한동안 내렸는데

두고왔으면 어쨌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아찔할 따름이네요

설 연휴때 강아지를 떠나보낸 후 이제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던 아버지는

도로에서 주워왔다고 도로야~ 도로야~ 하면서 놀고계시긴 합니다

얘도 미친듯이 양말들고 도망다니고 만져달라고 애교도 엄청 부려서 미치겠습니다

일단 112로 전화했더니 지자체 안내번호를 주고

연락을 하니 습득은 경주에서 했지만, 지금 데리고 있는 곳은 포항이니 포항으로 연락을 하라...

다시 포항시청으로 연락했더니 며칠내로 데리고 오겠다고 하는데

고민이 참 많이 됩니다.

이렇게 된 것도 운명인지 주인을 못찾으면 데려다 키워야 되는거 아닌가 생각이 많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