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돌아가셨습니다

저번주 일요일 오후에 연락받고

허둥지둥 짐 챙겨서 부산까지 운전해 내려가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안 사정도 있고 아버지 직장도 멀고 해서

가족과 따로 떨어져 회사 근처에 방 구하고 혼자 사셨는데

돌아가신지 이틀만에 아버지 회사 사람들이 발견하고 연락와서 알았네요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고도 아니고

출근 준비하다 갑자기 심정지로 가신거 같다고 합니다

떨어져 살며 1년에 명절때만 집에 오시는데

이번 구정때도 집에 오셨었고

저도 매 명절마다 꼬박꼬박 고향 내려갔었는데

시험준비 때문에 이번 구정만 좀 일찍 내려갔다 온게 

하필 이렇게 되어버리네요

얼굴 못 봐서 섭섭해 하시더라는 어머니 말씀이

가슴을 천근만근 짓눌러서 숨도 쉬기 힘들었습니다

작년 추석때 늘 건강하라고 다 잘될거라고 웃으며 손 꼭 잡던 모습이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되어버렸네요

가족들 입장에서도 평소처럼 명절때 집에 오셔서 인사도 다 하고 가셨는데

갑자기 며칠만에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오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살아오며 우여곡절이 워낙 많았던 터라

아버지 원망도 정말 많이 했었고 바람 잘 날도 없긴 했지만

제가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아버지도 늙어가고

늙어가며 점점 약해지는 아버지를 보며 예전 감정의 앙금은 다 잊고

같이 모여 화기애애하게 살진 못하더라도

명절때라도 모여 함께 제사지내고 사는 얘기도 나누며 그렇게 지내왔는데

한순간에 마치 손바닥 뒤집듯 과거가 되어버렸네요

이번에 오셔서 어머니에게 미안하다 소리를 그렇게 많이 하셨다는데

연락 받았을 때도 빈소 차리고 앉았을 때도 영정사진 바라보며

아무 현실감도 없이 다른 세상에 앉아있는 것처럼

멍하니 조문객들 받고 인사하고 하다가

아버지 입관할때 정말 내장을 다 토해낼 듯이 울었습니다

화장터로 향하면서도

아들 차 타고 드라이브 가며 그렇게 들떠서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이제 운구차에 누운 채로 아들과 함께 화장터로 가는구나

아들 못 봐서 섭섭하다던 아버지가

임종도 못 지키고 뒤늦게 달려온 못난 아들 눈물과 함께 화장터로 가는구나

생각에 화장터 가는 내내 반쯤 혼이 나가 있었고

그렇게 크고 듬직하던 아버지가 깃털처럼 가벼운 한줌 재가 되어버리는걸 보고

서있지도 못할 만큼 목이 다 나갈만큼 혼절할 듯이 울었네요

상 치르고 이틀간 유품 정리하고 가족들 좀 챙기고

일주일만에 다시 올라왔습니다

모든게 다 그대로인데 아버지 돌아가신 사실만 달라졌네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 건지도 모르겠고

어제 일 같기도 하고 오래전 일 같기도 하고 머리도 뒤죽박죽이고

사실 아직 실감나지도 않습니다 

내년 이맘때가 되어도 실감나지 않을 거 같네요

아버지 뭐가 급해서 그렇게 서둘러 가셨어요

작별 인사라도 손이라도 한번 잡고 가시지

외로움 섭섭함 미안함 다 내려놓고 훨훨 날아가세요 아버지

따뜻한 곳에서 편히 오래오래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