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목숨줄이 간당간당하던 폰의 배터리를 교체하고서 엊그제, 어제이틀 연속으로
112에 신고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한건은 지난 글에 올린것처럼 로드슬리핑 하던 취객 신고건이었고 또 한건은 제가 한게아니라
경찰에 전화한다고 빌려달라기에 빌려줘서 발생한 통화입니다.
요즘 정상인으로 돌아가기 위해 집 주위 운동 될만한 곳에서 운동삼아 걸어다니고 있는데
제가 시장을 갈려면 한 2키로 정도 나가야 하는데 올라오는 길에 미니 공원이 있습니다.
제가 거주하는곳이 고바위다보니 필수적으로 쉬어가는곳이기도 하죠.(주로 노인들이 쉬더군요)
이 이야기는 어제 벤치에 앉아 쉬다가 얼떨결에 참가하게 된 결투 현장의 상황인데
참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글로 옮기게 되었네요.
일단 한분은 전동휠체어를 탄 중늙 아재 또 한분은 맹인으로 보이는 할배 이렇게 두분의 결투 입니다
벤치에 앉아서 숨을 돌리며 쉬고 있는 와중에 저 멀리서부터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전동휠체어 할재분이
경찰에 신고해야한다면서 전화를
빌려달라더군요. 제가 112에 걸어서 넘겨주는동안 맹인으로 보이는 분은 계속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구요. 보니깐 지휘봉처럼 보이는걸 손에 쥐고 있었는데 나중에 맞아보니 3단봉 지팡이였습니다.
전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 그 맹인으로 보이는 분이 갑자기 지휘봉을 휘두르길래 아무 생각없이 뭐지 하고 보다가
빡 하면서 제 허벅지를 강타 당했습니다. 마술봉처럼 휘리릭 하고 펴지면서 지팡이로 변신? 했네요
아파할 틈새도 없이 두분이 쫒고 쫒기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데 웃기는게 전동휠체어 탄 분은 좁은 공원안에서
계속 이동하다 자꾸만 부딪히고 그러니까 갑자기 전동휠체어를 세우고 벌떡 일어나서 뛰어다니시네요
아주 빠르게는 아니지만 좀 빠른 걸음 정도?
또 더 이상했던건 처음에 다가올때는 맹인처럼 더듬더듬 다가오던 맹인 할배는 전동휠체어 할재가 뛰어다니니깐
본인도 마치 앞이 보이는것처럼 빠른 걸음으로 쫒아가시더라구요
혹시나 하고 지켜보는데 맹인할배가 코너를 돌아 나가는 모습을 보니 지금의 저보다 더 정확히, 흔들림 없이 코너를 돌더라구요
서로 ㅆㅂ ㅆㅂ 거리면서 쫒고 쫒기는 결투를 하는 와중에 경찰이 도착해서 전 이제 집에 갈려고 돌아셧습니다. 그런데 경찰에
가로 막혀
발버둥치던 맹인 할배가
갑자기 삼단지팡이? 휘둘러서 제 등짝을 후려맞고 연이어 경찰도 언성 높이고 그런 상황이 되어버렷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저기사람들은 몰려들고 쪽은 팔리고 해서
잽싸게 뛰어 집에 돌아왔습니다만. 돌아올땐 경황도 없고 기분이 나빠서 그냥
왔지만 돌아와서 가만 생각해보니
두분다 장애인 같은데 내가 본건 뭐지 싶네요.
"휠체어에서 내려 뛰어가는 할재와 맹인용? 선글라스를 쓰고
더듬더니 절묘하게 코너링 하던 할배"
그냥 어이가 없는게 아니라 장애인 협회? 아님면 구청 관련부서에 신고를
하고싶을만큼 황당한 기분들었습니다.
뭐 경찰이 왔으니 상황정리가 되긴 햇겟지만 만일 그 두분이 장애인 혜택같은걸 받고 있다면
그건 굳이 예산낭비 뭐니 떠올리지 않더라도 실제 혜택을 입어야 할 장애인분들에게 미안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 되더군요
다음에 또 길을 지나다 두분을 보면 기분이 어떨까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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