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안중에도 없는 트럼프?…"오바마케어 없애달라"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25일(현지시간) 대법원에 '오바마케어 법(ACA·Affordable Care Act)' 폐지를 요청했다. 이날 미국 법무부는 연방대법원에 보낸 의견서에서 "의무 가입 규정이라는 핵심 내용과 법안이 분리될 수 없다"면서 "의무 가입 규정을 없애면 오바마케어도 함께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사진=AFP 법무부는 지난 2018년 오바마케어의 의무 가입 규정이 위법이라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는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1심에선 전 국민의 가입을 의무화했던 '벌금 조항'이 위법으로 판결 났다.

'오바마케어’라 불리는 미국 ‘환자 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은 2008년 미 대선 때 버락 오바마 후보의 핵심 공약이었다. 전 국민의 의료보험 가입 의무화가 핵심이다. 돈이 없어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던 3200만 명을 보험에 가입시키고 중산층에 보조금을 지급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자는 취지로 2014년까지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미가입 시 내는 벌금 규정'이 없어지면서 법무부는 벌금 규정과 함께 '의무 가입 규정'도 실효가 없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법안의 핵심인 의무 가입 규정이 없어지면 법안 자체도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의료진/사진=AFP 법무부 의견서에 대해 이날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전염병(코로나19)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무책임하고 잔인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바마케어에 가입돼있는 2300만 명이 무보험 상태가 될 수 있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미국인의 건강권을 빼앗으려 하는 데는 정당성도 도덕적 변명거리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의 뜻대로 오바마케어가 완전히 폐지되면 기존 질병이 있는 가입자들에 대한 보호나 저소득·중산층 보험 가입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 빈곤층을 위한 확대 메디케이드(빈곤층에 대해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제도)는 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보험을 잃게 되고 이들은 의료비 보장을 받으려면 사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대법원은 오바마케어와 관련한 판단을 10월 이후 내놓겠다는 방침이지만 미 언론들은 11월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대선 이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3월 헨리카이저 가족재단이 ‘오바마케어’에 대해 묻는 조사에서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50%를 차지해 부정적 반응(39%)보다 많았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미국 실업률이 32%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하는데,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실업률이 25%까지 늘어나면 의료보험 미가입자는 40% 늘어 4000만 명을 넘길 수 있다.

임소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