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지구` 프록시마 b엔 외계생명체가 있을까?

지구에서 4.24광년 떨어진 행성
액체 상태 물 존재 가능성 높아
과학계 `생명체 발견` 관심 커져
현 기술론 몇 만년 걸려야 도착
장거리 성간 탐사 본격 나서려면
이온엔진·레이저 세일 등 연구필요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외계행성 프록시마 b입니다. /사진=ESO

[이기자의 유레카!-19]  "프록시마 b의 존재를 확인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프록시마 b는 태양계에 인접한 가장 흥미로운 행성이죠."

5월 말 국제 천문학계를 들썩이게 만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스위스 제네바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 '프록시마 켄타우리'를 공전하는 외계행성 프록시마 b를 정밀 관측해 그 존재를 확인했기 때문이죠.

프록시마 켄타우리(왼쪽에 빛을 내는 별)의 주위를 돌고 있는 프록시마 b의 상상도. /사진=ESO

◆'프록시마 b'가 중요한 이유

이번 연구의 의의는 프록시마 b를 '재확인했다'는 것입니다. 앞서 2016년 국제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중 태양과 최단거리에 있는  외계행성 프록시마 b를 관측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당시 연구팀은 '초정밀 시선속도 행성 추적기(HARPS)'를 이용해 프록시마 b를 관측했습니다. 그 결과 프록시마 켄타우리 주위를 돌고 있는 프록시마 b는 지구의 1.3배 크기로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를 닮은' 외계행성 중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20년 연구팀이 사용한 장비는 HARPS보다 3배 더 정밀한 '에스프레소(ESPRESSO)'입니다. 그 결과 앞서 관측한 프록시마 b의 질량이 지구의 1.3배가 아닌 1.17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름도 생소한 이 행성이 왜 중요할까요?  프록시마 b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프록시마 b는 '적색왜성'인 프록시마 켄타우리 주변을 11.2일 주기로 공전하고 있습니다(지구 시간 기준으로 1년이 11.2일인 셈입니다). 프록시마 b와 프록시마 켄타우리 간 거리는 지구와 태양 거리의 5%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죠. 이렇게 가까우면 별이 너무 뜨거워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프록시마 켄타우리는 태양보다 온도가 훨씬 낮고 빛도 약해 큰 문제가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프록시마 b에 대기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합니다.  대기가 있다면 표면 온도는 섭씨 30~40도 정도, 만약 대기가 없다면 영하 40~영하 30도 정도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프록시마 b의 상상도입니다. 프록시마 b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돼 외계 생명체 연구에 이상적인 행성으로 거론됩니다. /사진=ESO

◆그곳에 생명체가 있다? 없다?

그렇다면 이 별에 생명체가 존재할까요? 아쉽게도 이번 연구에선 그 해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과학계 일각에선 프록시마 켄타우리가 다량의 X선을 방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프록시마 b엔 지구에 도달하는 양의 400배에 달하는 X선이 쏟아지고 있고 이런 강한 방사선으로 인해 생명체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록시마 b는 외계 생명체 연구에 이상적인 행성으로 꼽힙니다.

프록시마 b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그 생명체가 인간처럼 고등한 생명체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우주에 인간과 비슷한 지적 생명체가 있을지 모른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를 계속해왔죠. 인간과 교신할 수 있는 지적 외계 생명체 수를 계산하는 '공식'도 있습니다. 바로 드레이크 방정식입니다.

외계 지적 문명체가 존재할까요? 과학계는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계 지적 문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확률로 계산한 공식이 드레이크 방정식입니다. /사진=나사

1960년대 이 방정식을 최초로 고안한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드레이크 방정식은  N=R*×fp×ne×fl×fi×fc×L 로 이뤄져 있습니다.  우리 은하 내에 존재하는 (인간과) 교신이 가능한 문명 수 N값을 구하는 것이죠.  왼쪽부터 순서대로 △R*: 우리 은하 내에서 1년 동안 탄생하는 항성의 수 △fp: 이들 항성이 행성을 가지고 있을 확률(0~1 사이 값) △ne: 항성에 속한 행성들 중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의 수 △fl(=fe): 조건을 갖춘 행성에서 실제로 생명체가 탄생할 확률(0~1 사이 값) △fi: 탄생한 생명체가 지적 문명체로 진화할 확률(0~1 사이 값) △fc: 지적 문명체가 다른 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통신 기술을 가지고 있을 확률(0~1 사이 값) △L: 통신 기술을 가지고 있는 지적 문명체가 존속할 수 있는 기간(즉, 외부 충격으로 멸종하거나 내부 분열로 자멸하지 않는 기간으로 단위는 '년')입니다.

지구보다 조금 더 큰 프록시마 b입니다.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알려면 그곳에 가야하는데 문제는 현재 기술로는 너무 오래 걸린다는 데 있죠. /사진=나사

◆그곳에 어떻게 갈 수 있을까?

프록시마 b가 과학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지구에서 겨우(?) 4.24광년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가깝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말 가까운건 아닙니다. 4.24광년은 약 40조㎞로 지구와 태양 간 거리의 1억5000만㎞의 26만6000배 정도죠. 현재 기술로는 이렇게 먼 거리를 가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1977년 태양계 탐사를 위해 발사한  보이저 1호의 비행 속도인 초속 17.3㎞, 시속 6만2280㎞를 기준으로 프록시마 켄타우리까지 약 7만300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과학계에선 화성 등 장거리 우주탐사를 위해 이온 엔진, 핵추진 엔진, 레이저 세일 등 여러 추진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영화 마션에 등장한 우주왕복선 헤르메스호입니다. 헤르메스호는 이온 엔진을 사용합니다. /사진=영화 마션 예고편 중

▲이온 엔진

공상과학 소설·영화에 주로 등장했던 이온 엔진은 아르곤이나 제논(크세논) 등의 가스를 이온화해 플라스마 상태로 만든 뒤 이온 입자를 빠르게 분사해 추진력을 얻는 방식입니다. 전통적인 로켓에 비해 연료 효율이 좋다고 알려져 있죠.  영화 마션 속 우주왕복선 '헤르메스호', 2012년 소행성 베스타를 탐사한 '돈'호가 이온 엔진을 사용했습니다.  이온 엔진은 처음 추진 속도는 느리지만 가속이 붙으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학 로켓에 비해 수십~수백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핵 펄스 추진·핵융합 로켓

핵 펄스 추진은 우주선의 뒤쪽에서 핵폭탄을 연이어 터뜨려 폭발로 발생한 힘을 받아 우주선을 앞으로 나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광속의 5%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하지만, 발사 비용이 매우 큰 데다 안전 문제는 말할 것도 없죠.

핵융합 로켓은 핵융합으로 고온의 플라스마를 발생시켜 이를 분사해 추진력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1970년대 초 영국행성간협회는 핵융합 로켓 엔진을 장착한 우주선을 건조하는 '다이달로스 프로젝트'를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연구팀은 이 우주선이 광속의 12~13%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예상했죠. 이 기술을 사용하면 프록시마 켄타우리까지 36년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도 나사의 후원을 받아 핵융합 로켓 엔진을 개발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문제는 핵융합 기술이 아직은 아주 초보적인 단계로 많은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점이죠.

강력한 레이저를 특수한 돛에 쏴 우주선의 추진력을 얻는다는 계획인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의 개념도. 나사는 지름 약 320㎞에 달하는 거대한 돛을 사용하면 프록시마 켄타우리까지 약 12년 만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사진=브레이크스루 이니셔티브

▲레이저 추진

2016년 발표된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 태양계에서 4.37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에 우표 크기의 우주 선단을 보내는 게 목표입니다. 고인이 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민간 우주탐사 시대를 활짝 연 일론 머스크 등이 참여했죠.

이 기술은 우주선에 달린 얇고 가벼운 특수한 돛에 강력한 레이저 광선을 쪼여 그 힘으로 우주선이 날아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광속의 20%까지 가속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속도라면 프록시마 켄타우리까지 20~25년이면 도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사는 지름 약 320㎞에 달하는 거대한 레이저 돛을 이용하면 프록시마 켄타우리까지 가는 데 약 12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문제는 우주선이 충분한 속도를 내려면 전력 소모가 매우 큰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어쩌면 은하 저 편에선 스타크래프트 속 프로토스 같은 외계 지적 생명체가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을지도 모릅니다. /사진=블리자드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프록시마 b까지 가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당분간 이곳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직접 확인할 길은 없겠지만, 과학이 발전해 성간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언젠간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계 행성에서 외계 생명체, 혹은 그들이 남겨놓은 흔적을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