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한잔이 그리웠으면, 땅굴 판 남아공 도둑들

코로나 사태로 금주령이 내렸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도둑들이 땅굴까지 파서 슈퍼마켓에 침입해 술을 훔친 사실이 드러났다.

1일(현지 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교외 뉴타운의 숍라이트 슈퍼마켓 직원들은 금주령 해제 이후 영업을 준비하기 위해 매장에 들어갔다가 냉장고 옆 바닥에서 큰 땅굴을 발견했다. 놀란 직원들이 확인한 현장 방범카메라 영상에는 지난달 21일 3명의 도둑이 이 땅굴을 통해 들어와 위스키와·브랜디·진·보드카·맥주 등 총 1만5000파운드(약 2300만원)에 달하는 주류를 훔쳐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숍라이트 슈퍼마켓. /트위터 캡처

숍라이트 슈퍼마켓 관계자는 “재개장을 준비하기 위해 매장에 들어갔을 때 두 눈에 나타난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며 “선반 위 대부분의 술들이 사라져 있었다”고 말했다.

남아공 경찰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땅굴을 지나 약 61㎝ 되는 슈퍼마켓 바닥 벽을 뚫었다. 이들은 암시장에서 고가에 되팔 목적으로 주류를 훔친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경찰 당국은 “절도 용의자들은 매장 지하의 빗물 터널 등을 이용해 주변에 땅굴을 파 매장 아래로 접근했다”며 “이들은 다량의 주류 재고를 훔치기 위해 몇 차례나 땅굴을 오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숍라이트 슈퍼마켓. /트위터 캡처

남아공에서는 지난 3월 말부터 코로나 봉쇄 조치가 실시되며 이달 초까지 주류 판매까지 금지했다. 잦은 음주가 코로나 사태로 과부하가 걸린 의료 체계에 더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남아공 환자의 40％가 음주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다.

1일(현지 시각)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한 쇼핑몰 앞에서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널찍이 떨어진 채 주류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AFP 연합뉴스

1일(현지 시각) 코로나 사태로 봉쇄됐다가 두 달여 만에 재개장한 남아공 소웨토의 한 주류 매장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술을 바구니에 담거나 나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금주령으로 남아공에서는 주류 밀거래가 횡행하고 비정상적으로 술을 제조하는 일도 발생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남아공 암시장 주류 수요는 급증해 술값이 4배 정도 폭등했다. 남아공 경찰 당국에 따르면 지난주 남아공 시민 3명이 메탄올로 제조한 술을 마시고 사망한 일도 벌어졌다.

한편 3일 오후 10시 현재까지 남아공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3만5000명을 넘고, 사망자는 750명이 넘는다.

[임규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