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꺾이기도 전에…‘토사구팽’ 되는 택배기사들

코로나 꺾이기도 전에…‘토사구팽’ 되는 택배기사들
이효상 기자 [email protected]

롯데택배·CJ대한통운
노동강도 높아지는 상황서
되레 수수료 삭감안 제시 등

노조원 많은 대리점 중심
계약해지로 일자리 잃어
택배 ‘역대급’ 호황 속 된서리

롯데택배의 울산 신정대리점에서 일하던 ㄱ씨 부부는 지난 1일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은 부부 택배기사로 한 구역의 택배 물량을 두 사람이 함께 소화했다. 평소 한 달에 5000개가량을 배달했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주문이 늘어 배달량을 7000개까지 늘렸다. 하지만 롯데택배가 대리점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하면서 부부는 신정대리점 소속 14명의 택배기사와 함께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롯데택배는 계약갱신 과정에서 신정대리점 측에 일종의 수수료인 추가지원금 50% 삭감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택배 하나를 배달하고 받는 건당 수수료가 종전의 930원에서 860~87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량이 늘어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수수료 삭감안을 제시한 것이다. 대리점 측은 “택배기사들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롯데택배는 5월31일자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ㄱ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서 아침 7시부터 늦으면 밤 10시까지 일했는데 롯데택배에서 마스크 한 장 준 적 없다”며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이런 식으로 퇴사시키니 암담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물리적 거리 두기’로 발생한 사회의 빈 공간을 메웠던 택배기사들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일소되기도 전에 일자리를 잃고 있다. 아직 일손이 모자랄 시기에 이뤄진 계약해지는 공교롭게도 노조 가입자가 많은 대리점이 중심이 됐다.

롯데택배는 최근 울산에서만 3곳의 대리점과 계약을 해지했다. 신정대리점뿐 아니라 울산 서울주·야음대리점 등도 계약해지 대상이 됐다. 이로 인해 택배기사 3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신정대리점의 경우 지난달 노조가 설립돼 14명이 모두 노조에 가입하고 대리점주와의 교섭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주·야음대리점 역시 택배기사 3명 중 2명이 노조에 가입하고 교섭절차를 밟는 상황이었지만, 갑작스러운 대리점 통폐합 대상이 됐다. 택배산업의 ‘역대급 호황’에도 불구하고 두 곳의 대리점주는 계약갱신 포기 각서를 썼다.

롯데택배뿐 아니라 CJ대한통운에서도 노조활동을 하던 택배기사가 계약종료 통보를 받았다. 해당 기사는 2일부터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택배연대노조는 “코로나19가 다소 잠잠해지니까 부당해고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택배 관계자는 “롯데택배는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있을 뿐 대리점의 전반적인 운영에 대해서는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