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소연[장문주의]

군 전역후 입사한 회사는 잘 나가는 듯 싶더니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도산.

2년 정도 취업이 안되고 하루하루 힘들게 지내다가 다행히   2013년 6월 입사.

5인 미만 소기업 사업장.

사장님 마인드가 좋고 성격도 좋으셔서 연봉 협상도 순조로웠다.

새로운 제품을 구상 할 때도, 제품 개발에 어려움이 있을 때도 항상 직원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수렴 하셨던 분.

일 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개인적인 가정사까지 걱정해 주시며 살뜰히 챙겨 주셨다.

입사 후 2년 반쯤.. 지났을까.

사장님 아들이 입사 했다.

FPS게임 팀에서 활동중인 아마추어 게이머란다.

매일 PC방 가서 게임만 하던 거 사장님이 PC방까지 쫓아다니며 머리채잡고 집으로 데려오길 반복.

회사 나와서 일이나 배우라고 데려오셨단다.

아들이 회사에 나와서 하는 일과는,

- 출근해서 핸드폰 게임 하기

- 점심시간 전 자동사냥 돌려놓고 충전기 꽂아놓은 뒤 밥먹으러 가기

- 점심먹고 와서 다시 게임하기

- 도중에 사장님 들어오면 제품 카탈로그 책자로 핸드폰 숨기고 카탈로그 보는 척 하기

(사장님 외 누가 오던 신경 안쓰고 게임 한다)

- 핸드폰 게임을 하지 않는 날에는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으로 재미난 동영상 시청하기

- 퇴근

바로 내 책상 앞에서 그 짓거리를 하루종일 하고 앉아 있는 꼴을 보니 속에서 천불이 났다.

어떤 날에는 제품 출고를 위해 함께 물건을 싣고 하역장에 내려갔다.

아, 배송기사님 운임을 안챙겨 왔네...

아들에게 물었다.

"혹시 실장님께 운임 받아 왔나요?"

아들이 말하길, "운임? 운임이 뭐예요?"

아... 그래.. 모를 수 있지.

또 하루는 사장님께서 작업 과정을 알아야 나중에 회사를 운영하더라도 이해가 빠를거란 생각이셨는지,

아들에게 직접 작업을 해보라고 시키셨다.

물론 배합과정은 내가 다 했지만.

작업 내용은 1리터 용기에 장비를 이용해서 배합된 액체를 주입 후 뚜껑 닫아 마무리 하면 끝.

주입 장비는, 페달을 밟으면 설정한 시간만큼 작동, 주유건으로 액체가 뿜어져 나와 주입되는 방식.

첨단 장비가 아닌지라 원료통에 양이 줄어들 수록 시간을 늘려주어야 일정하게 담긴다.

(점점 나오는 양이 줄어듦)

이러한 부분은 자세히 설명을 해줬다.

나중에 작업이 거의 끝날 시간이 되어서 작업장에 가보니 가관이었다.

1리터 용기인데 점점 양이 줄어, 끝부분에 있는 용기에는 600ml정도 밖에 채워지질 않았다.

그런데도 계속 그냥 쭉쭉 담아내고 있다.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이녀석(나보다 어림)은... 생각이라는게 있는건가?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2016년 12월 어느 날.

아들이 회사에 나와서 핸드폰 게임을 하기 시작한지 약 1년 정도 지났을까?

지병인 심장질환으로 사장님의 급작스런 별세.

일요일 새벽6시 문자를 받고 그날 바로 장례식장으로 달려 갔다.

말문이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향을 올리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눈물은 나올것 같은데 흐르진 않는다.

그냥 먹먹했다.

사장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았다.

아들이 다가와 말하길, "앞으로 많이 좀 도와주세요, 잘 되면 그만큼 챙겨 드릴께요" 란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후 아들이 회사를 물려 받았다.

당연한 수순.

아들은 CEO놀이에 신이 났는지 바지 주머니에 들어간 두 손은 당최 뺄줄을 모른다.

슬리퍼를 딱딱 소리내 걸으며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는 내게 묻는다.

"으~하아아암~! 이거 작업 언제 끝나요?"

내가 말했다.

"내일 오전 중에는 다 끝납니다"

다시 아들은,

"이게 오늘 안 끝난다고요? 왜요?"

이런 개ㅆ.... 할말은 많았지만 속으로 삼키고 자세히 설명을 해줬다.

잊을 수 없다. 그 이해 못하겠다는, 떨떠름한 표정.

본인보다 10살 이상 나이가 많은 직원에게 하대를 시도한다.

"식사 하셨어?"

"이거 이렇게 하면 안돼?"

"저번에 한거야?"

참다 못한 실장님이 "내가 대표님 친구냐고요...ㅋㅋㅋ 왜 자꾸 말을 놓으시냐고 ㅋㅋㅋ" 라며 농담처럼 따지셨다.

사장님 생전에는 중국, 대만, 러시아 등 출장을 자주 나가셨다.

가서 보면 도움이 될거라시며  산업박람회에는 나도 가끔 데려가셨다.

거래처 관리는 말해 뭐하랴.

아들이 대표자리를 맡고 난 뒤 부터 거래처는 점점 줄어들고, 매출은 떨어졌다.

기존 거래처 관리도 안되고, 무조건 저자세로 굽히고 나가니 제품 단가는 점점 까인다.

아들은 여전히 CEO 놀이에 신이 났는지 업종과 전혀 무관한 본인 친구를 데려와 입사 시킨다.

난 입사 6년차.

이제 막 입사한 친구와  연봉이 똑같다. 직급도 똑같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건 1도 없다.

이 친구, 작업 속도가 너무 더디다.

A라는 작업에 대해서  원료 배합,  작업순서, 작업 방법 에 대해  설명 해줬다.

그런데 계속 다시 물어본다. 분명 메모도 열심히 하는것 같던데...

그래. 모르면 계속 물어봐라. 실수하는 것 보다는 그게 낫다.

문제는 3개월 정도 계속 물어보더라.....

사장 아들의 이상한 습관.

손톱을 꼭 회사에서 자른다.

좁은 사무실에서 딱!딱!딱!...

집에서 손톱 자르면 손가락까지 잘리나...

2020년 최근.

코로나 여파는 이 회사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안그래도 나아지지 않았던 매출이 코로나 여파로 더 감소 했다.

실장님과 나는 출근 일수를 줄인단다.

물론 무급.

아들 친구는 그런거 없이 그냥 쭉 다닌단다.

이직을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