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홍콩 특별대우 박탈하겠다"···중국 장악 WHO도 탈퇴

"홍콩 모든 특별대우 박탈하겠다,
보안법 관여 중국·홍콩 관리 제재"
"중국군 연계 유학생·연구원 차단,
美 상장 중국기업 은폐 관행 조사"
"우한바이러스 은폐 10만명 희생,
오늘 부로 WHO와 관계도 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홍콩 특별지위 전면 박탈을 포함해 중국에 대한 강도높은 제재 조치를 무더기로 발표했다. 중국이 장악한 세계보건기구(WHO)와 "오늘 부로 관계를 끊는다"며 탈퇴를 선언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관세 및 무비자 입국을 포한한 홍콩에 대한 모든 특별대우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자 별도의 대중국 초강력 제재를 무더기로 발표하면서다. 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홍콩 관리를 제재하는 것은 물론 미국 과학기술 보호를 위해 중국군과 연계된 유학생 입국을 차단하며, 중국이 완전히 장악한 세계보건기구(WHO)와 관계를 종료한다며 탈퇴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홍콩은 더 이상 1997년 반환 이후 우리가 제공한 특별대우를 보증할 충분한 자치를 못 한다"라며 "중국은 '일국양제' 약속을 일국 체제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행정부에 홍콩에 (중국과) 다른 특별대우를 제공했던 정책 면제를 박탈하는 절차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발표는 범죄인 인도 조약에서 민·군 이중용도 기술의 수출통제까지 예외 없이 홍콩과 맺은 모든 협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무부에는 중국 공안기관의 강화된 감시·처벌 위험에 따라 홍콩에 대한 여행경보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과 범죄인 인도를 중단하고, 민감한 기술 접근도 중국과 똑같이 막겠다는 뜻이다.

홍콩을 국제 상업·금융 중심지로 성장하게 했던 특별지위인 핵심인 대중국 관세 면제와 홍콩인의 미 입국 비자 면제도 없애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을 나머지 중국과 별개의 관세 및 여행 지역으로 우대했던 것도 폐지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에도 중국 수출품의 약 50% 품목에는 25%, 나머지 20%에도 7.5%의 관세를 매겨오던 것을 홍콩에도 똑같이 매기겠다는 뜻이다. 그럴 경우 홍콩에 진출한 1300여개 미국 기업과 미국 시민 8만 5000여명도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홍콩과 특별관계를 전면 폐기하는 공식 행정명령을 발령하겠다는 것인지는 불투명하다"며 "홍콩 상품에 대해 중국 본토산과 똑같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진적 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콩 자치를 침해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중국과 홍콩 관리에 대한 제재하는 데 필요한 조치도 할 것"이라며 "홍콩의 자유를 완전히 질식해 죽는 것을 본다면 우리 조치도 강하고, 의미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주도한 한정 부총리나 중국 공안부 관리,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등에 대한 자산 동결, 입국 금지 등 표적 제재도 예고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홍콩 특별대우 폐지와 중국군 연계 중국 대학원생 입국 제한 및 추방, 중국 기업 불투명 관행 조사,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등 무더기 대중국 제재를 발표하는 동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곁에 서 있었다. 그는 전날 밤 폭스뉴스에 출연해 "대통령은 더 이상 중국 공산당의 압제 아래에 있는 나머지와 홍콩을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믿지 않는다"라며 특별지위 박탈을 예고했다.[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과 별도로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우리의 많은 산업기밀을 훔치는 불법 스파이 행위를 저질렀다"며 "우리 핵심 대학과 연구소를 보호하기 위해 잠재적 보안위협이 있다고 판단되는 일정한 중국인의 입국을 중단하는 포고문도 발령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민군융합(Military-Civil Fusion) 전략을 실행하는 기관과 연계된 대학원 이상의 중국 국적자의 F(유학생) 및 J(방문학자) 비자를 이용한 미국 입국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또 인공지능(AI) 등 민간 첨단기술 활용해 인민해방군을 현대화하는 '민군융합' 추진 대학·연구기관 소속이거나, 이들 기관에서 연구한 뒤 미국에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원 최소 3000여명도 추방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미 금융시스템과 미국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미 금융시장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다른 관행에 관한 연구를 지시했다"며 분식회계 등 위험을 안고 있는 중국 회사의 잠재적 퇴출 가능성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 은폐는 전 세계 확산과 글로벌 팬데믹을부추겨 10만명의 미국인 목숨을 앗아갔다"며 WHO 탈퇴도 선언했다. 그는 "중국이 WHO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며 "WHO가 필요한 개혁을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우리는 WHO와 관계를 끊고, 자금을 전 세계 다른 긴급한 공중보건 수요를 충족하는 데 쓸 것"이라고도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