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보안법' 반대 1명뿐이었다…中 "외부 간섭땐 제압할 것"

홍콩의 정치적 자유에 사실상 사형 선고 내리는
‘홍콩판 국가안전법’이 28일 전인대에서 통과돼
중국은 “흑색폭력에서 홍콩을 구하는 중요 조치”
미국은 홍콩에 부여해온 특수 지위 박탈할 전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전인대 행사에서 '홍콩 보안법' 표결에 참여해 투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가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3기 3차 전체회의에서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2885명의 전인대 위원 중 2878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 1명, 기권은 6명이었다. 99.76%가 찬성했으나 1명이 반대해 누군지 관심을 모은다.
이날 의결된 ‘홍콩 보안법’ 초안은 오는 6월 소집될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최종 통과를 거친 뒤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부칙에 삽입돼 시행하게 된다. ‘홍콩 보안법’ 통과로 홍콩의 정치적 자유엔 사실상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정치협상회의가 전인대 폐막에 하루 앞선 지난 27일 폐막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홍콩 보안법’이 처벌하려는 대상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이 같은 행위와 연계된 해외 세력 등 네 가지다. 어떤 행위가 국가 분열이고 전복 행위인가에 대한 해석 권한이 중국 정부에 있어 홍콩이 이제까지 누려온 정치적 자유는 사라지게 된다.
미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중국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홍콩 보안법’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에 속하는 문제로 어떤 외부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며 “만일 간여할 경우 반격해 제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홍콩 보안법'은 "홍콩의 내정에 속하는 문제로 외국 세력이 간여한다면 조치를 취해 반격해 제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 언론에선 미국이 중국에 대해 취할 조치가 별로 없다고 말한다. 환구시보(環球時報) 의 총편집 후시진(胡錫進)은 28일 “베이징이 ‘홍콩 보안법’을 추진할 때 이미 워싱턴의 반응에 대한 준비를 다 해 놓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거론되는 ‘홍콩 보안법’ 입법에 관여한 중국 관리에 대한 제재, 비자 제한, 교역 제한 등은 중국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 관계를 끊겠다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미국이 이미 추구 중인 위협으로 새로운 게 아니다.

중국은 미국이 금융전쟁을 일으키면 중국도 곤란을 겪긴 하겠지만, 결국 패자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통제하는 세계 금융체계에 해를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과 금융전쟁을 벌인다면 최후의 패자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이 곤란을 겪긴 하겠지만, 미국 자신이 통제하는 세계 금융시스템을 해치는 것으로 미국에 더 큰 손해”라며 “금융으로 먹고사는 미국인이 많은 걸 고려하면 더 그렇다”는 거다.
미국이 홍콩에 부여해 온 경제적 특수지위를 박탈하는 것도 미국에 더 큰 피해가 돌아간다고 그는 말했다. “홍콩은 미국이 최대 흑자를 내는 곳”으로 “홍콩 내 8만 5000명의 미국인이 홍콩에 대한 독립관세 지위 철회의 쓴맛을 삼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홍콩 보안법'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향해 "미친 말 하기에 앞서 마스크나 쓰라"며 비난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후시진은 “3억 인구의 미국인이 14억의 중국인을 고립시킨다는 미친 짓”이라며 “역사가 입을 가리고 웃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콩의 고도자치 여부를 왜 미국이 판단하냐”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친 말 하기에 앞서 마스크나 쓰라”고 비난했다.
진찬룽(金燦榮) 중국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홍콩 보안법’으로 금융 허브로서의 홍콩 위상이 흔들릴 것이란 전망에 대해 “바람 소릴 듣고 비가 올 거라 예단해선 안 된다”며 홍콩에 대한 국제 자본의 믿음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보안법' 통과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이 "매우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해 어떤 조치를 취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진찬룽 교수는 현재 중국은 미국에 대해선 “투쟁으로 협력을 꾀하고 있으며(以鬪爭求合作)”, 홍콩과 중국 내부에 대해선 “투쟁으로 단결을 꾀하고 있다(以鬪爭求團結)”고 설명했다. 강경 대응으로 중국이 부닥친 난관을 돌파해 나간다는 방침이란 이야기다.
중국 인민일보(人民日報)는 28일 ‘예리한 논평’이란 뜻의 ‘인민예평(人民銳評)’이란 칼럼을 통해 ‘홍콩 보안법’은 “홍콩을 흑색폭력(黑暴)의 진흙탕에서 구하는 중요한 조치”라고 변호했다. 지난 사흘 동안 110만 홍콩 시민이 보안법에 지지 의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총리가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행사에 참석해 나란히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홍콩의 범민주 진영은 ‘홍콩 보안법’이 시행될 경우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의 죽음을 가져올 것이라며 투쟁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홍콩 시위의 주역 조슈아 웡(黃之鋒)은 “싸워서 이 법을 물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홍콩 보안법’을 위반하게 되더라도 계속 싸울 것”이라며 “국제사회에도 지지를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재야세력은 6월 4일엔 1989년 중국의 천안문(天安門) 사태를 기념하는 시위, 7월 1일엔 홍콩 반환 23주년 시위 등을 벌일 예정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군악대가 28일 폐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신화사=연합뉴스]

그러나 지난 24일 ‘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에 1만이 안 되는 시민이 참여하는 등 시위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이로 인한 경기 침체, 시위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