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처 책임 없는 척한다”…“오바마 게이트에 큰 대가 치러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고등학교 졸업생과 가족들이 16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전국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상대로 한 졸업 축하 연설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샌디에이고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연이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책임이 없는 척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부실대응을 비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 스캔들’을 조작했다고 반격했다. 오는 11월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나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존재감이 약하다 보니, 대중적 인기가 높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판이 ‘트럼프 대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 대 오바마’가 됐다는 말도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6일 흑인들을 위한 고등교육기관인 전통흑인대학(HBCU) 합동졸업식 영상 축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산산조각냈다”면서 “많은 이들이 책임이 없는 척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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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같은 질병은 역사적으로 흑인사회가 겪어온 근본적인 불평등과 고통을 부각시킨다. 우리는 코로나19가 초래한 불평등한 영향을 목격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흑인들이 코로나19에 더 많이 희생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더 많은 타격을 받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흑인 표심’을 노골적으로 파고든 것이다.
앞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CNN을 통해 공개된 참모들과의 전화통화 음성파일에서 “ ‘내게 무슨 이익이 되는지’ ‘남에겐 관심이 없다’ 같은 생각이 우리 정부에 작동하면서 완전히 혼란투성이 재앙이 됐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강력 비판한 바 있다. 이 발언이 알려진 지 일주일 만에 또다시 공격을 가한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정치적 행보와 발언을 비교적 자제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존재감이 희미해진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옛 참모들과의 통화에서 “최대한 시간을 내서 최선을 다해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는 추세를 되돌리기 위해 반드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민주당은 자신들이 미국에 저지른 짓에 대해 반드시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오바마게이트!”라는 표현을 트위터에 올렸다. “나는 졸린 조 바이든에 맞서 출마하는 게 아니다. 그는 심지어 변수조차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선거운동 캠프 인사들이 러시아 측과 내통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이 오바마 행정부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인물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 연방수사국(FBI)의 함정수사에 당했을 수 있다는 정황을 담은 FBI 내부 메모가 최근 공개된 것을 계기 삼아 이 문제를 쟁점화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음성피일이 공개된 직후인 지난 10일 트위터에 설명 없이 ‘오바마게이트!’ 단어만 써 올리는가 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100여차례 리트윗했다.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투표하라”는 ‘4자 트윗’으로 응수했다.
정원식 기자 [email protected]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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