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스퀘어에 '트럼프 죽음의 시계' 등장

美 유명 영화감독, 8일 옥외 광고 설치…전광판엔 4만 8682명
"美 정부가 신속 대응했으면 살릴 수 있었던 사망자수"

미 뉴욕 맨해튼의 중심지인 타임스스퀘어의 한 빌딩 전광판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광고가 등장했다고 12일(현지 시각)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한 빌딩에 설치된 트럼프 죽음의 시계(Trump Death Clock) 광고판. /트위터 캡쳐

미 워싱턴포스트(WP)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최근 ‘트럼프 죽음의 시계(Trump Death Clock)’라는 이름의 전광판 광고가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의 한 빌딩에 송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전광판에 빨간색으로 기재된 숫자는 미국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더 신속하게 나섰더라면 살릴 수 있었던 사망자들의 숫자를 의미한다. 이 광고는 지난 8일 첫 송출됐다.

이 숫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증가하는데, 12일 기준 전광판에는 4만8682명이 기록돼 있다. 미국 내 코로나 바이러스 누적 사망자 8만684여 명(미 존스홉킨스대학 통계 기준)의 약 60.4%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한 빌딩에 설치된 트럼프 죽음의 시계(Trump Death Clock)를 개발한 미 영화감독 유진 제렉키. /트위터 캡쳐

해당 옥외 광고물을 설치한 사람은 미국 영화감독인 유진 자렉키다. 그는 북미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독립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에서 2005년, 2012년 두 차례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유명 감독이다. 자렉키 감독은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명령과 휴교령 등을 3월 16일이 아닌 그보다 일주일 앞선 3월 9일에만 내렸더라도 현재 미국 내 사망자의 60%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추산치를 수량화해 보여줄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현재는 전광판 외에도 해당 숫자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온라인 홈페이지도 개설된 상태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 역시 지난달 12일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3월이 아닌 2월에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택 대피 명령이 시행됐다면 사람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더 일찍 조치를 취했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자렉키 감독은 “미국 전역의 크고 작은 도시 빌딩에 전시된다면 (미국 정부에) 얼마나 강력한 메시지가 되겠느냐”며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고 정부에 더 큰 책임을 요구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죽음의 시계(Trump Death Clock)'의 온라인 홈페이지의 12일 메인 화면. /인터넷 캡쳐

[김승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