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코로나19'에 '아비간' 투약 검토하는 이유는

바이오스펙테이터 서윤석 기자

후지필름 자회사 개발 A형 H1N1 치료제, 이미 200만명분 비축..RNA바이러스 증식 억제해 치료효과 기대...렘데시비르, 클로로퀸, 칼레트라 등도 검토

일본 정부가 코로나19(COVID-19) 환자 치료를 위해 A형 신종 인플루엔자(H1N1) 치료제 '아비간(Avigan, 성분명 favipiravir)'을 투약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비간은 RNA바이러스의 RdRp(RNA-dependent RNA polymerase)를 선택적으로 저해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치료제다. 같은 RNA바이러스 계열 질환인 코로나19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실제로 중국 임상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비간은 일본 후지필름의 자회사 후지필름도야마화학이 개발해 2014년 일본에서 승인받은 A형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다. 타미플루와 같은 기존 인플루엔자 치료제가 효과가 없거나 불충분한 환자에게 정부 승인하에 제한적으로(소아, 임산부 사용금지) 사용하도록 허가받았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2018년 6월 필수의약품으로 등록됐다.

◇아비간, RNA바이러스 증식 억제해 '코로나19' 치료 가능성

아비간은 RNA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아비간은 RNA를 구성하는 구아닌(guanine)의 유사체(analogue)로 체내에서 숙주의 효소인 HGPRT(hypoxanthine guanine phosphor ribosyltransferase)에 의해 대사물질(metabolites)인 RTP(ribofuranosyltriphosphate)로 전환돼 RNA 바이러스의 RdRp(RNA-dependent RNA polymerase)를 선택적으로 저해한다. RdRp가 저해되면 바이러스가 제대로 증식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치료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가두는 기전인 타미플루와는 차이가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증식 후 세포 표면으로 나오면 바이러스 표면의 뉴라미니다제(neuraminidase)라는 효소가 헤마글루티닌(hemagglutinin)과 시알릭산(sialic acid residue)의 결합을 끊어주면서 숙주세포를 떠나 주변세포를 감염시킨다. 여기서 타미플루는 시알릭산과 유사한 구조를 가져 뉴라미니다제의 기능을 저해해 바이러스가 숙주세포를 떠나지 못하게 한다.

이와는 다르게, 아비간은 기존 연구에서 A형 신종 인플루엔자(H1N1) 바이러스에 치명적인 돌연변이를 유도해 증식을 막는(doi:10.1128/JVI.02346-12) 것으로 확인됐다. 세포주와 동물모델 연구결과에서 아비간은 숙주(host)에게 독성없이 바이러스 양을 감소시키고, 질병의 징후를 억제한 결과를 보였다. 아비간은 또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뿐 아니라 황열병(yellow fever), 아레나바이러스(arenavirus), 부냐바이러스(bunyavirus) 등 광범위한 바이러스에 활용 가능성도 확인했다(doi.org/10.1016/j.antiviral.2009.02.198).

현재 중국에서는 아비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중국 임상정보사이트에 따르면 광둥성 센진 제3인민병원(the Third People's Hospital of Shenzhen)은 아비간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임상연구(ChiCTR2000029600)를 수행중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발병 7일 이내의 16세에서 75세 사이의 환자를 대상으로 인터페론-α(interferon-α), 칼레트라(Kaletra)+인터페론-α, 아비간+인터페론-α 투여군의 3그룹으로 그룹당 30명씩 나누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페론 알파는 B형 간염치료제, 칼레트라는 HIV 치료제로 바이러스 증식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아비간이 중국 임상연구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자 이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후생노동상은 지난 22일 현지 TV인터뷰 등을 통해 "일본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아비간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아비간이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되면 약물 사용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본 정부는 A형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에 대비해 아비간 200만 도스(dose)를 비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비간의 중국내 개발, 제조 권리를 가진 중국 제약회사 저장 하이정(Zhejiang Hisun Pharmaceutical)도 아비간의 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을 보고 대량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렘데시비르, 클로로퀸, 칼레트라 등도 '코로나19'에 활용 검토

일본 후생노동성은 아비간 뿐만 아니라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 말라리아치료제 '클로로퀸', HIV치료제 '칼레트라' 등 다양한 치료제를 코로나19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Gilead)가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하다 중단한 약물로 핵산 유사체(nucleotide analogue) 약물이다. 바이러스 RNA에 결합해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 기전을 가진다. 지난달 말 미국에서 발병한 첫 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사용해 하루만에 증상이 호전된 케이스가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됐다(DOI: 10.1056/NEJMoa2001191). 임상정보사이트 Clinicaltirals.gov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렘데시비르 임상 3상(NCT04252664)이 진행중이다.

클로로퀸은 미국 FDA에서 승인된 항바이러스제로 말라리아에 대한 치료제로 사용돼 왔다. 클로로퀸은 바이러스와 세포의 융합에 필요한 엔도솜의 pH를 증가시키고, 세포 수용체(cellular receptor)의 당화(glycosylation)을 저해해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기전을 가진다. 중국 임상등록정보사이트에 따르면 20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클로로퀸 임상(ChiCTR2000029542)이 진행중이다.

칼레트라(Kaletra, lopinavir+ritonavir)는 애브비(Abbvie)가 개발한 HIV 치료제다. 두가지 레트로바이러스 성분인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를 섞은 복합체로 단백질 분해효소를 저해해 HIV의 복제를 막는 기전을 가진다. 중국 보건당국은 코로나19 환자에게 하루 2회 칼레트라를 복용하고 정해진 농도의 인터페론-α를 분무해 흡입시키면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애브비는 100만달러 규모의 칼레트라를 중국에 지원했다. 중국 임상정보사이트에 따르면 칼레트라와 아르비돌(arbidol)을 병용으로 사용하는 임상(ChiCTR2000029759)을 진행중이다. 아르비돌은 러시아에서 승인받은 독감 치료제다.

한편 지난 4일 중국 과학원 산하 우한바이러스 연구소는 코로나19의 치료제 후보물질 7개를 시험관 내(in vitro)에서 분석한 결과를 셀 리서치(Cell research)에 게재했다(doi.org/10.1038/s41422-020-0282-0). 연구 결과, 렘데시비르와 클로로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