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등 병원체에 맞서는 림프절 면역반응 조절 메커니즘 밝혔다

림프절 내 섬유아 세망세포의 분화 정도와 히포 신호전달경로 연관성을 나타낸 모식도다. 섬유아 세망세포 분화 초기에 히포 신호전달경로가 비활성화되면, 세포 분화 이상으로 섬유아 세망세포가 지방세포화 되어 면역반응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섬유아 세망세포 분화 후기에 히포 신호전달경로가 활성화 되면, 림프절 섬유화가 일어나 림프절이 딱딱하게 굳어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IBS제공.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에 대한 림프절 세포의 면역반응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규명됐다. 신체 기관의 크기를 결정하는 ‘히포 신호전달경로’가 림프절 면역반응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고규영 혈관연구단 단장 연구팀이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림프절 세포의 작용 메커니즘을 밝히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4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고 6일 밝혔다. 

림프절은 직경 1~20mm 강낭콩 모양의 면역기관이다. 전신에 분포하며 주로 겨드랑이, 사타구니, 목, 가슴, 배에 모여있다. 체내외의 병원체가 림프절로 들어오면 림프절 내 면역세포가 활성화돼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면역반응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려면 림프절을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 내 ‘신호전달경로’를 적절히 작동시키는 게 중요한다. 

연구팀은 세포 분열 및 분화를 억제하고 사멸을 촉진해 동물 신체 기관의 성장을 억제하는 ‘히포 신호전달경로’가 림프절 면역반응 조절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히포 신호전달경로가 림프절 내부 구조를 이루는 ‘섬유아 세망세포’ 분화 초기에 활성화하고 후기에 비활성화돼야 면역반응이 정상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히포 신호전달경로에 관여하는 ‘Yap/Taz’ 단백질의 유전자를 변형시킨 생쥐 모델 20여종을 준비한 뒤 림프절 내 섬유아 세망세포 분화 정도와 히포 신호전달경로 활성화 정도에 따라 면역반응이 어떻게 조절되는지 관찰했다. 

먼저 섬유아 세망세포 분화 초기에 히포 신호전달경로가 비활성화되면 면역반응 이상 및 체중감소 증상이 관찰됐다. 세포 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섬유아 세망세포는 병원체 감염시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세포 분화에 문제가 생겨 섬유아 세망세포가 지방세포화되면 사이토카인이 분비되지 않아 면역반응이 정상적으로 일어나기 어렵다. 

연구팀은 또 섬유아 세망세포 분화 후기에 히포 신호전달경로가 활성화하면 림프절이 섬유화돼 면역기능이 마비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섬유아 세망세포에서 섬유화를 촉진하는 물질이 분비되면 림프절이 딱딱하게 굳어져 면역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연구팀은 히포 신호전달경로의 ‘Yap/Taz’ 단백질 활성화시 림프절 섬유화가 진행되는 사실을 바탕으로 신체 기관 및 장기의 섬유화 치료에 ‘Yap/Taz’ 단백질 저해제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배호성 IBS 혈관연구단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로 림프절 내 섬유아 세망세포의 히포 신호전달경로가 면역반응 조절의 핵심 기전임을 밝혔다”며 “병원체 감염, 만성염증, 림프절 섬유화, 림프절 암전이와 같은 면역질환 치료에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