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로봇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각국 방역 당국이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발병지인 우한 지역을 중심으로 누적 사망자가 벌써 400명을 넘어섰으며, 의료진들도 몰려드는 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지쳐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첨단 테크놀로지 기반 의료 로봇들이 일부 도입돼 주목을 끌고 있다. 미 경제 매거진 ‘포브스’는 감염병과 싸우고 있는 의료진과 방역 당국을 지원하는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를 진료한 워싱턴주 에버렛(Everett)의 '프로비던스 지역 메디컬센터'는 환자 진단 과정에 ‘비치(Vici)’라는 원격 진료 로봇을 활용했다.

이 로봇은 일종의 텔레프레전스 로봇이다. 의료진은 이 로봇을 이용해 환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고 환자 상태를 검진했다. 태블릿을 이용해 영상으로 의료진과 환자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비치 로봇은 환자의 체온 등을 검사할 수 있는 기본 장비를 갖추고 있다.

▲ 인터치 헬스의 원격진료 로봇

이 로봇은 캘리포니아주 산타 바바라에 위치한 의료 로봇 전문 업체인 ‘인터치 헬스’(InTouch Health)’가 개발했다. 텔레프레전스 로봇은 의료진과 환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검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감염병이 확산되면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스가 발생했을때도 적지 않은 의료진이 환자 치료 과정에서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 명지병원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를 대상으로 원격 진료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명지병원도 인터치 헬스가 개발한 RP-라이트 V2’ 로봇을 지난달 28일부터 선별 진료소에 설치해 원격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버렛 프로비던스 지역 메디컬센터의 ‘애미 컴튼-필립(Amy Compton-Phillips)’ 박사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치료제나 예방약이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확산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의료진과 간병인력들을 보호하는데 비치와 같은 로봇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얘기했다.

미국 피츠버그에 위치한 ‘에톤(Aethon)’은 자율운반 로봇인 ‘터그(TUG)’를 공급하고 있다. 이 로봇은 의료품을 싣고 의료 시설 내부를 자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에톤 측은 터그 로봇이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위치한 병원에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140곳 이상의 의료 기관에서 터그 로봇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선 유진로봇이 대전 을지병원에 병원 배송 로봇을 공급해 운용하고 있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구이저우성(贵州省) 인민의원은 대만 메디랜드(Mediland)사의 멸균 로봇인 ‘하이퍼 라이트(Hyper Light)’를 도입했다. 이 로봇은 5분만에 H1N1, H5N1 등 유행병의 바이러스를 멸균할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 미디랜드의 멸균 로봇

미국 텍사스 산안토니오에 위치한 '제넥스(Xenex)'도 멸균 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신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시설에 대해 현재 멸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멜린다 하트(Melinda Hart)’ 대변인은 "우리는 현재 미국 및 중국 정부와 멸균 로봇의 수출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포브스’에 말했다. 이 로봇의 대당 가격은 1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항공기 내부를 소독하고 있는 다이머 UVC 멸균 로봇

미국 LA에 위치한 ‘다이머 UVC 이노베이션스(Dimer UVC Innovations)’는 LA국제공항 등 미국 공항에 항공기용 멸균 로봇 ‘점팔콘(GermFalcon)’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 로봇의 대당 가격은 10만 달러 수준이다. 이 로봇은 항공기 내부를 멸균하는 데 특화되어 있는 로봇이다.

▲ 격리된 호텔에 음식을 배달해주는 '리틀 피넛' 로봇(사진=중국 신화사 소셜 미디어)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항공기를 이용해 홍콩에서 항저우 지역으로 온 335여명의 승객 가운데 2명에게서 발열 증상이 나타나자 중국 정부는 승객들을 항저우의 한 호텔에 격리 조치하고 문진을 실시했다. 객실에 격리되어 있는 승객들에게는 ‘리틀 피넛(little peanut)'이라는 음식 배송 로봇을 투입해 음식물을 전달했다. 이 외에도 중국 남부 지역의 한 병원은 의약품을 전달하고 침대 시트나 쓰레기를 회수하는 데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