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전문가 앞세운 삼성 준법감시위

[단독]‘김영란법’ 전문가 앞세운 삼성 준법감시위
구교형 기자 [email protected]

30일 재계에 따르면 준법감시위 사무국장에 김 전 대법관이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는 지평에서 파트너변호사로 근무 중인 심 변호사가 내정됐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전문가로 22년간 법조계에 몸담은 심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이 설치한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태스크포스(TF)’ 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앞으로 심 변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을 비롯해 삼성그룹 최고경영진의 위법행위를 감시하는 준법감시위에서 실무책임자 역할을 맡게 됐다.

준법감시위 사무국에서 일할 변호사는 2014년 지평이 후원해 설립한 공익법인 ‘두루’를 통해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채용 조건은 준법감시 업무에 관심 있는 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다. 삼성그룹 계열사 사내변호사에 준하는 보수를 받게 되며 기본 계약기간은 2년이고 연임도 가능하다. 준법감시위 사무국은 삼성전자 사옥이 있는 서울 서초구에 마련될 예정이며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로부터 준법감시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다.

일부에서는 준법감시위 사무국이 직접 나서지 않고 두루를 경유해 변호사를 뽑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준법감시위가 완벽하게 삼성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가 되려면 준법감시위를 별도 법인으로 만들어 채용 절차를 직접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무국에서 일할 변호사의 계약기간을 2년으로 정한 점이 조금 이상하다”면서 “준법감시위 설립 목적이 세간의 우려처럼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사건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는 데 있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을 깨고 뇌물 인정 범위를 더 넓혀 파기환송심에 부친 상태다.

김 전 대법관이 이끄는 그룹 준법감시위는 계열사 준법감시조직이 처리하기 어려운 고위층의 비리 등을 제보받아 해결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삼성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정착을 위해 사내 준법감시조직 강화 방안 시행에 들어갔다. 요지는 준법감시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변경해 독립성을 높이고, 전담조직이 없던 계열사는 준법감시조직을 신설하며, 변호사를 부서장으로 선임해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중공업 등 10개 계열사는 기존 법무실 산하에 있던 준법감시조직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변경했다. 이로써 준법감시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운영하는 계열사는 기존 삼성화재 1개사에서 총 11개사로 늘어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일기획, 호텔신라, 삼성자산운용 등 법무팀이 준법감시 업무를 겸했던 계열사는 이번에 독립적인 조직을 신설한다. 아울러 준법감시조직의 부서장은 변호사로 지정해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