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범으로 오해받았던 기억 .

한 15,6 년 됐을 겁니다.

당시 제 인생의 중요한 시험을 보느라 대방 고시학원가에 고시원에서 1년간 기숙한 적이 있었죠.

평일은 고시원에서 주말은 인천 집에 내려가 아내와 아이와 시간을 보냈던 암울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고시원에 있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생활이 그렇게 고급진 생활이 아닙니다. 새벽에 일어나 학원 수강하고 수업 끝나면 학원 강의실에서 공부하고 밥 먹고 밤 늦게 수업 듣고 공부하다 들어와 잠자고,,또 일어나~~

어쩌면 좀비같은 생활이었죠.

어느 날도 마찬가지로 수업 후 공강의실에서 공부하는데 그 학원 총무(?) 정도로 기억하는 한 남자가 저 좀 잠깐 보자더군요.

당시 제 나이가 거기서 공부하는 친구들보다 좀 더 많았기도 했지만, 들리는 얘기로 가끔씩 나이 든 수강생에게 학원 수강료를 무상으로 하고 칠판 지우거나 교실 의자 정리하는 일을 시키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얘기를 듣던 터라,, '아, 나를 총무로 쓰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 냉큼 뒤따라 갔습니다.

거의 정확하게 기억하는 그 때의 대화 내용입니다.

" 저기요, 왜 자꾸 여학생을 쫓아 다니시는 거죠?"

" 네? 무슨 말씀이신가요?"

" 지난 일요일에 여학생 쫓아서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갔다면서요..."

처음엔 이 친구가 농담하는 줄 알았습니다.

" 무슨 말씀이세요? 전 그런 일 없습니다. 그리고 전 일요일 포함 주말엔 여기 없어요. 인천 집에 내려가는데요. 누가 그러던가요?"

하고 강하게 반발했죠.

뭔가 제 태도가 강경했다고 느낀 것인지,, 잠깐만요' 그러더니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바로 나오더라구요.

" 아저씨, 맞다는데요?"

하아,,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누굴까? 왜 나에게 그런 소릴 할까?? 별별 생각이 들더라구요.

" 여보세요,, 저 애 딸린 유부남이고 집에 신혼인 아내도 있어요. 주말엔 여기 있지도 않은 사람이었고 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

딱 부러지게 말하니,,(무척 일관되고 똑부러지게 말했습니다. ) 더 이상 그도 추궁하지 못하곤 앞으로 그러지 마세요' 란 말만 남기고 돌아서더라구요.,

너무 억울해서 " 뭘 그러지 말라는 겁니까? 난 아니라니까요, 사람 잘못 보고 이렇게 그냥 툭 뱉고 그냥 가면 어떡합니까?" 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그 뿐이었죠.

너무 황당하고 속상한 나머지 쫓아가서 항의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왜 그랬나 몰라요.) 짐 챙겨서 그냥 고시원으로 오는 도중, 한 여학생의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평소 대화를 나눈 적도, 뭘 공부하는지도 전혀 모르지만 학원에서 지나가다 몇 번 눈이 마주친 여학생. 근데 이상한 점은 그 여학생은 저만 보면 괜히 화들짝 놀라거나 유난히 무서워하는 (전 그렇게 봤습니다.) 제스처를 취하면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더라구요. 마주칠 때마다 그러니 사실 속으론 불쾌했죠.

별 시덥잖은 사람일세, 왜 사람을 보고 경기를 하나 싶었지만 무시하고 말았죠. 전 전혀 무섭게 생긴 인상은 아닙니다.

바로 그 여학생 얼굴이 떠오르면서 혹시 그 학생인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아까 총무가 사무실 들어갈 때 분명히 안에서 나를 보고 맞다고 했을텐데,, 따라 들어가 볼걸' 하는 생각도 뒤늦게 들었죠.

암튼,,그렇게 억울한 경험이 있었어요.

당시 그걸 밝혀 내지 못한게 지금에야 안줏거리로 얘기할 뿐이지만,,정말 그 당시엔 가슴이 쿵쾅거리고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질 않더군요.

당시 총무가 내 얘기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거나 제 얘기가 앞뒤가 안맞았다면,,,아니면 제가 뭔가 더듬거리거나 그랬다면 결과가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긴 합니다.

암튼 잊고 있던 불쾌했던 기억을 요즘 곰탕집 사건이 다시 꺼내 주네요.

당시 어떻게든 찾아내서 그 여성에게 사과를 받았어야 했는데,,,그 점은 정말 아쉬워요.

에필로그] 2년 후,,,

시험은 떨어졌고, 전 다른 일을 하던 중 정말 우연하게 거래하는 학교에서 교사가 된 그 여성을 다시 만났어요. 정말 이런 우연도 없죠.

근데 웃긴 건 절 보고 전혀 놀라거나 그러지 않더군요. 분명히 기억은 하는 것 같은데 본인은 당시 그 당사자가 아닌 사람처럼,,,말도 곧잘 하고 그러던걸요~

하아, 그럼 그 사람이 아니었나?? 그렇담 과연 누구였을까?

이젠 풀 수 없는 영구 미제 사건이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