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이라도 성적인 비하 처벌 대상” 여성 디스 남성 래퍼 ‘모욕죄’ 확정

“힙합이라도 성적인 비하 처벌 대상” 여성 디스 남성 래퍼 ‘모욕죄’ 확정
이혜리 기자 [email protected]

힙합 음악 장르에서 타인을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디스(diss)’가 용인되더라도 특정 여성을 성적 욕구 해소의 대상으로 삼고 비하하는 표현을 쓰면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최종 판단했다. 여성 래퍼 키디비(29·본명 김보미)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랩 가사를 쓴 혐의로 기소된 남성 래퍼 블랙넛(30·본명 김대웅) 사건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블랙넛의 모욕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12일 확정했다.

블랙넛은 ‘인디고 차일드(Indigo Child)’ ‘투 리얼(Too Real)’ ‘100’ 등의 노래에 키디비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가사를 넣고, 공연에서 키디비 이름을 언급하며 성적으로 모욕감을 주는 퍼포먼스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블랙넛은 노래 랩 가사에 “물론 이번엔 키디비 아냐. 줘도 안XX” “솔직히 난 키디비 사진 보고 XX봤지” 등 문구를 넣었다.

블랙넛은 가사에서 키디비를 특정하지 않았고, 성적 매력을 표현한 것일 뿐 성적 욕구 해소의 대상으로 삼은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키디비에게 불쾌한 표현의 일부로 들어간 디스는 힙합 음악 장르의 예술적 특성 중 하나라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다고 했다.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블랙넛은 유죄라고 봤다. 2심은 블랙넛이 키디비를 특정했고, 가사 자체가 저속하며 키디비를 성적 욕구 해소의 대상으로 삼아 비하하는 표현을 썼다고 했다. 이는 모욕에 해당한다고 봤다. 모욕적 표현들이 힙합의 형식을 빌린 성적 희롱일 뿐이라는 점도 인정했다. 2심은 또 디스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의 명예가 침해되는 것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으며, 힙합 음악 장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예술분야와 달리 모욕행위가 특별히 용인된다고 볼 합리적 이유도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모욕죄 인정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제한”이라고 했다.

앞서 키디비는 블랙넛을 고소한 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금도 기사와 유튜브 댓글에는 저를 조롱하는 댓글이 올라오고 블랙넛의 팬들도 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조롱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