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와이프를 이해해줘야할까요?

처남이 결혼할 때가 다가오면서 이상한 불똥이 저에게 튀었습니다

제 와이프는 어릴 때부터 장모님께 차별을 받고 커왔어요
이건 처남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와이프는 남녀차별이 아닌 자기 얼굴이 어릴 때부터 바람핀 장인어른과 똑같이 생기고 처남은 장모님과 쏙 빼닮아서 생긴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스트는 아니에요. 그렇다면 저랑 결혼했을리가 없다능ㅎㅎㅎ
아버지가 바람을 폈으면 원망할텐데 어머니가 성격이 애교도 없고 웃지도 않고 말도 너무 막해서 아빠도 힘들었을거라고 이해해주려하더군요
자신은 가정을 이루면 남편에게 절대 엄마같이 하지 않을거라고 머리에 박아놓고 살았대요

어렸을 때부터 먹는 거 입는 거부터 차별 당했는데 제일 충격이었던건
장인어른이 어릴 때 체벌하면 처남은 입 꾹 닫고 울지도 않아서 안쓰러운데 제 와이프는 잘못했다고 울고불고 하는게 넘 웃기다고 자기가 앞에 있는데 이모들과 얘기하면서 하하호호 했다는게 너무 충격이었다네요.

성인이 되어선 와이프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일했는데 직장이 여의도랑 상암이고 집은 수원이라 출퇴근 시간이 4시간 걸리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직종이라 사당에서 수원까지 택시도 밥 먹듯이 타서 교통비도 한 달에 45만원이 나왔답니다. 당시 초짜라 월급은 80만원이었어요. (지금은 저랑 비슷하게 법니다. 너무 힘들어서 그렇지 인상폭이 넓은 직종이라ㅎㅎㅎ 존버만 잘하면 돈은 잘 버는데 초반에 나가떨어지는 사람이 많음)
직장 근처 월세 30만원이면 원룸을 얻을 수 있기에 장모님께 500만원만 빌려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했다네요.
당시 장인어른은 일을 쉬고 계셔서 부탁할 수도 없었구요.
몸도 약한데 일이 힘들어 병을 달고 살았답니다.

반면 처남은 학점이 안 좋아 취업이 힘들어 외삼촌 부탁으로 낙하산으로 대기업에 입사했고 아반떼 한 대랑 5천만원 짜리 전세를 해줬대요.
버스 한 번 타면 갈 거린데도요.

근데 처남이랑 사이는 좋습니다
엄마가 싫을 뿐 동생은 싫지 않다구요
저랑 만나기 전엔 둘이 심야영화도 보고 쇼핑도 둘이 하고 새벽 맥도날드 야식을 먹으러 다녔어요
지금도 서로 생일 챙기고 장모님께 전화는 죽어도 안 하지만 처남과는 일주일에 한 두번 통화도 합니다
해외 출장이라도 가면 면세점이나 현지마트에서 선물도 꼭 사다줘요

문제는 내년이나 내후년에 처남이 결혼할 거 같은데 집을 해주면 연 끊고 살겠다네요...

저도 절대 가지 말랍니다...

지금도 시댁 가는건 좋아하고 저희 어머니랑 사이도 좋은데 어쩌다 친정에 갈 때면 공황발작이 와서 약을 먹어야할 정도로 싫어합니다

지금 있는 전세금을 가져가는 건 이해하는데 집을 해주는건 절대 용납 못한답니다

저희는 결혼할 때 양가에서 도움을 받지 않았어요
못했다라는게 맞는듯...

장모님이 저는 엄청 잘해주세요.
근데 와이프 말대로 해줘야할까요?
저 혼자라도 찾아뵈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