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5㎝ 오차의 초정밀 드론이 찍은 독도의 속살이 드러났다

추가) 라이다에 대한 추가 설명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544387&memberNo=15178086

최첨단 드론으로 촬영한 독도사진.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공중에서 레이저 스캐닝을 통해 지형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초정밀 아리다를 탑재한 드론으로 천연기념물 독도를 촬영했다.|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단 1.5㎝의 오차입니다. 하늘에서 근적외선 레이저를 쏘아 사철나무 군락의 나뭇가지나 잎에 가려 볼 수 없었던 독도의 지형이 속속들이 보입니다,” 초정밀 ‘라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천연기념물 독도가 그 속살을 드러났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3일 공중에서 라이다( LiDAR )를 탑재한 드론으로 촬영한 천연기념물 독도(제336호)의 모습을 공개했다. 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해 자연유산 촬영에 드론용 라이다를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다는 근적외선 레이저를 이용해 대상물의 형상 등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첨단장비다.

초경량 드론용 라이더로 찍은 독도. 천연보호구역과 명승 같은 자연유산은 대부분 면적이 크고 학술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지형·지물이 많아 보존관리에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데, 드론용 라이다는 비교적 적은 시간에 더 넓은 지역에 대한 정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보존관리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주로 항공기에 장착해 지도를 제작하거나 광범위한 지역을 탐사하는데 이용한다. 이원호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가 설명한 ‘라이다( LiDAR )’의 원리를 들어보자.

“우리가 하늘에서 숲을 촬영하면 나무나 나뭇가지, 잎 등에 가려 땅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라이다는 레이저를 쏘아서 반사파로 나무와 나뭇가지, 잎 등이 가린 땅까지 스캔합니다. 일종의 3D 스캔으로 숲의 나무나 나뭇가지, 잎도 볼 수 있고, 원 지반(땅)까지 관측할 수 있습니다.”

독도의 이면에서 자라는 다양한 식생물을 촬영한 모습. 독도 동섬 암벽의 사철나무 군락(천연기념물)이다.|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이번 촬영에서도 라이더 드론은 독도의 동·서섬을 자유로이 비행하면서 사람이 가기 힘든 암벽의 형상과 무수하게 붙어있는 사철나무, 울릉국화 등 천연기념물 식물들을 물론 그들이 붙어있는 원 지반까지 속속들이 스캔했다. 수직지형 때문에 출입할 수 없었던 곳의 지형 정보들을 앉아서 볼 수 있었다.

이원호 학예사는 “예컨대 천연기념물 사철나무 군락에 덮혀 원 지형을 파악할 수 없었던 동섬 봉우리의 지형 윤곽도 완벽하게 파악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의 접근을 불허했던 지형과 천연기념물 양상도 눈앞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처럼 속속들이 파악하게 된 것이다. 외국에서도 울창한 정글 속에 숨겨진 고대 도시 발굴이나 산악지역, 지뢰 매설지역 인근의 문화유산 등의 조사에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비무장지대( DMZ ) 유적 탐사는 물론 다른 문화유산의 전체규모를 한눈에 파악하고 이를 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획기적인 보존관리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드론으로 찍은 독도 사진. 천연기념물 독도의 경우 최첨단 장치를 이용해서 지속적인 관찰을 해야 한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예컨대 비무장지대의 경우 엄청난 양의 지뢰와 울창한 숲 속에 건축물이 있고, 유적 형태가 남아있지만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파악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이 라이더 드론이라면 단 한번의 비행으로 전체 지역의 문화유산 형태를 오차범위 1.5㎝ 정도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번에 250m까지 찍을 수 있습니다.”

라이다 드론의 스캔자료만 있으면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천연기념물의 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라이다 드론이 찍은 스캔자료만 있으면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천연기념물의 동식물 생태계는 물론 유형문화재의 변화양상을 정밀하게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 독도의 라이다 촬영을 시작으로 전국에 있는 천연보호구역(11곳)과 명승(113곳)을 촬영할 계획이다. 이번에 투입된 초경량 드론용 라이다는 일반 사진에 사용되는 광학렌즈가 아닌 근적외선 광선으로 결과물이 스캔된다. 라이다 도입에는 3억5000만원이 소요됐다.

오차범위 1.5㎝의 초정밀 라이더 드론. 3억5000만원 짜리 장비가 독도의 구석구석을 찍었다.|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최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연구소는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광범위한 문화재 지역의 지형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발생되는 변화를 즉각 점검(모니터링)하기 위한 정보로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라이다 드론으로 촬영한 독도는 철세들의 이동 길목에 자리잡고 있고 동해안 지역에서 바다제비, 슴새, 괭이갈매기의 대집단이 번식하는 유일한 지역으로 평가되어 1982년 천연기념물(해조류 보호구역)으로 처음 지정됐다. 이후 독특한 식물들이 자라고 화산폭발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지질학적 가치도 부각되고, 섬 주변의 바다생물 들이 다른 지역과 달리 매우 특수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독도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제336호)이 됐다. 별도로 사철나무가 천연기념물 제538호로 지정됐다. 독도에는 흑비둘기(천연기념물 제215호)와 매(천연기념물 제323호)를 비롯해 솔개, 물수리, 쇠가마우지 등 환경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2009~2010년 이후 서도 어민숙소공사와 동·서도 통로 난간공사, 정화조 공사 등을 거치면서 콘크리트, 화강암 등 건축 폐기물들이 나왔고, 2012년 7월 27일에는 ‘이명박 대통령 표지석(2012년)’이 설치되는 등 2007~2012년 사이만 총 34건의 문화재현상변경이 이뤄졌다. 이런 인위적인 훼손 탓에 2005~2006년 33종 7252개체였던 동물의 경우 2011~2012년 조사에서는 13종 4152개체로 대폭 줄어들었다. 5~6년 사이 약 20종 3100개체가 줄어든 것이다. 식물의 경우 곰솔과 붉은 가시 딸기, 큰졸방제비꽃, 질경이 등 총 12분류군이 줄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이번 라이다 드론 촬영을 계기로 천연기념물로서의 독도를 정밀하게 보존관리하는 자료를 확보하게 됐다”면서 “라이다로 촬영한 초정밀 데이터는 천연기념물 독도 뿐 아니라 문화재 지정구역의 보존관리는 물론, 학계와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로 재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도 나리분지 등에서만 자라는 희귀 식물 ‘울릉국화 ’.  나리분지의 산 주변부에서만 자란다.|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한편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에 독도 뿐 아니라 울릉도의 지형과 희귀동식물도 조사했다. 연구소측은 “울릉국화의 경우 유일한 평야 지대인 나리분지의 산 주변부에서 살아간다”면서 “울릉도와 독도 외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희귀한 꽃”이라고 전했다. 또 ‘울릉 나리동 울릉국화와 섬백리향 군락’(천연기념물 제52호)에는 하얀 울릉국화 꽃이 만발했다. 연구소측은 “울릉도는 오랫동안 외래종 침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울릉국화와 섬백리향은 외부 세력에 약하다”며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울릉도에는 동물 97종·식물 750종과 함께 기암괴석과 원시림이 남았다. 울릉도의 천연기념물은 ‘울릉국화와 섬백리향 군락’ 외에도 ‘통구미 향나무 자생지’(제48호), ‘대풍감 향나무 자생지’(제49호), ‘태하동 솔송나무·섬잣나무·너도밤나무 군락’(제50호), ‘도동 섬개야광나무와 섬댕강나무 군락’(제52호), ‘성인봉 원시림’(제189호), ‘사동 흑비둘기 서식지’(제237호) 등 7건이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 @ kyunghyang.com